"공정성 상실에 분노"… 잠실 시위서 ‘젠지’의 정치 세력화 목격

"보수는 무관심, 진보는 기득권"… "대통령 집중 깨고 다당제 도입해야"

2년 뒤 총선 승부처는 ‘젊은 피’… "한국 정치 또 망가지면 내각제 분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제공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제공

오는 8월 정년을 앞둔 정치학계의 거두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한국 정치의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다당제 도입을 촉구했다.

강 교수는 1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한국 정치와 함께한 시간, 그리고 남겨진 질문들' 주제의 고별강연에서 기존 거대 양당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통렬히 비판했다. 동료 학자와 제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번 강연에서 그는 청년층의 분노와 정치적 각성을 한국 정치 지형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최근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를 언급하며 "처음으로 2030 세대가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걸 봤다"며 "변화가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젠지'(Gen Z) 세대의 조직적 흐름으로 규정하고 "젊은 층이 공정성 상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거나 고용 불안, 중산층 약화 등으로 미래 희망을 잃은 청년들의 좌절이 세대 갈등의 형태로 표출됐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이들은 통일이나 반공 같은 과거의 이념적 가치 대신 표현의 자유나 성소수자 문제 등 새로운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 교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이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이념 이야기만 하는 보수 정당은 내 문제에 관심 없는 정당,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 정당은 기득권 정당으로 보일 것"이라며 "기존 두 정당은 젊은 세대의 정책 욕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청년층의 이탈을 시작으로 정치적 무관심층이나 중도 세력까지 동요하면서 "지금의 양당제는 한계가 왔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강 교수는 다당제 개편과 인적 쇄신을 제시했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들어 "1987년 개헌이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민정당과 통일민주당의 합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일방주의와 다수결주의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개헌을 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구조를 깨야 하지만, 그게 좀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다당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방선거 이후 젊은 세대가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년 뒤 총선에서는 젊은 세대를 많이 공천할 것이고, 젊은 세대 고민을 들을 수 있게 변화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총선 결과에 따라 권력 구조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며 "(총선에서 만약) 여소야대가 되고, 이미 두 번 망가진 한국 정치가 한 번 더 망가진다면 이후에는 내각제에 가까운 형태로 가자는 의견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강 교수는 한국 정치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로 1985년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 외교부, 헌법재판소 등 주요 국가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론과 실무를 접목해 왔고, 현재는 서울대 총장 직속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전략원장을 맡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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