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6개월만 0.25%p 인상
인플레 악화 위험에 선제적 대응
우려한 '엔캐리 청산'은 일단 없어
美 매파적 동결·韓 7월 인상론 대두
일본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1.0% 정도'로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일본까지 금리 인상에 동참하면서 중동 전쟁의 후유증인 물가 충격에 맞서기 위한 글로벌 '긴축 공조'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도 금리를 동결하되 인하 가능성을 거둬들이는 매파적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연 0.75% 정도'에서 1.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정책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1명은 동결 의견을 냈다. 일본 기준금리가 1%에 도달한 것은 1995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보다 물가 상승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전쟁 기간 오른 에너지 가격이 시차를 두고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일본은행은 "유가 상승으로 기업 간 거래에서 가격 전가가 다소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 단계에서 광범위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와 물가 및 금융 정세에 따라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CB도 지난 11일 예금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0.25%p 올렸다. ECB의 금리인상은 2년 9개월 만이다.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임금과 상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지기 전에 물가 상승세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긴축 공조는 금융시장의 큰 변수다.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일본의 저금리 정책이 낳은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화 매도 포지션이 크게 쌓인 상황에서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위험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류진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매도 포지션이 2024년 엔캐리 청산 시기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쌓여 있다"며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엔·달러 환율은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인상은 수개월 전부터 예고돼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장의 이목은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로 향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연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견조한 고용과 성장세를 바탕으로 매파적 신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사라지고 성명서에서도 통화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가 삭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6월 FOMC에서는 점도표가 상향 조정돼 연내 동결을 가리키고 성명서에서도 완화 편향 문구가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은 내년 1분기까지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결정에도 제약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긴축을 이어갈 경우 국내외 금리 차 확대와 자본 유출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종전 이후 유가 하락이 국내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미국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국도 긴축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끝난 만큼 유가 하락이 물가에 반영되면 한국이 서둘러 금리를 올릴 필요는 크지 않다"면서도 "한국은 미국과 일본과 달리 세계 자본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면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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