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논의에 착수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논의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매년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반복되어온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 종류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제도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에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특정산업 종사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노동계 반발 등으로 이듬해부터 단일 최저임금 체계로 전환됐다.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산업 환경과 고용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기업 제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생산성과 수익 구조는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난다. 반도체 공장과 동네 식당, 금융회사와 숙박업소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되묻게 된다. 비록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시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인상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영세 사업자는 채용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축소한다. 무인 주문기와 자동화 설비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최저임금 제도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청년과 취약계층이 일자리 기회 자체를 잃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21개국은 지역과 업종, 노동자 연령과 기업 규모 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차등 최저임금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산업 구조와 경제 여건이 다른데도 단일 기준을 고집하는 나라는 이제 드물어졌다. 노동자 보호와 고용 유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셈이다. 업종별 생산성과 지불 능력의 차이를 반영한 차등 최저임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OECD 21개국이 이미 선택한 길을 우리만 외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이념이 아니라 경제 여건과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최저임금 개혁에 나설 때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