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중인 탈모증 치료제. 연합뉴스
시중에 판매중인 탈모증 치료제. 연합뉴스

정부가 올 하반기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가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며 적용 확대 검토를 지시한 이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실무 검토는 이미 마쳤다”고 밝혔다.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고, 특히 청년층에겐 취업과 대인관계, 자존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다. 탈모를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전면적 급여화는 신중히 판단해야할 문제다.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다. 필수의료, 중증 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더욱이 건강보험 재정은 넉넉하지 않다.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는 지금과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029년 전후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할 경우 재정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탈모는 환자 수가 매우 많고 치료 기간도 길다. 약물치료는 물론 향후 다양한 치료법까지 급여 대상이 확대될 경우 대규모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강보험은 꼭 필요한 것을 우선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단기적 여론이나 정치적 고려에 치우친 정책이 추진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와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의 경고등이 켜진 지금, 탈모 전면 급여화는 시기상조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건강보험의 곳간이다. 곳간이 비어가는데 지출부터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한 의료복지의 길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보장 확대보다 재정 안정화에 더 힘을 쏟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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