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인 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과 허태정 대전시장·신용한 충북도지사·추미애 경기도지사·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원택 전북도지사 당선인 등이 자리했다. 조 세종시장 당선인은 행정수도 특별법 연내 통과를 촉구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를 들은 다른 당선인들의 속내는 어땠을까.

6·3 지방선거에서 여러 유력 후보가 세종시 등 충청권에 있는 정부 부처나 기관 이전 등을 공약했던 점을 상기하면 얼마나 진지하게 경청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빠져나간 데 이어 지방선거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이전 공약이 터져 나온 상황이다. 그런 만큼 당선인들이 공약 이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은 보나마나다.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국가유산청의 경주 이전 공약까지 제시된 사실을 상기하면 다른 지방정부의 세종시 흔들기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먼저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중 농식품부의 전북 이전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긴급 호소문을 내고 “행정체제 개편과 지방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북이 또다시 정책적 선택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농식품부 이전 논의가 제기되고, 충남까지 가세하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당선인은 “농식품부의 정책 기능과 현장성, 효율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이전지는 전북이 가장 합리적이고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민형배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남광주 이전 추진이다. 민 당선인은 유세에서 “대한민국 문화수도는 상징이 아닌 구조로 완성돼야 한다”며 “문화정책 기획과 예산, 산업 전략의 중심인 문체부가 전남광주에 자리 잡을 때 명실상부한 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과 광주가 통합의 첫발을 뗀 가운데 문체부의 광주 이전을 위해 총력전을 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하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뒤 세종시 위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해수부 직원 800여명이 빠져 나가면서 인구는 날로 감소세다. 지난해 12월 14일 39만9271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계속 뒷걸음질이다. 5월 현재 39만1100명 수준으로 줄면서 4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농식품부와 문체부의 타지역 이전 주장이 분출하고 있으니 위기감이 커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세종시 입장에서는 이전 기대감을 키운 법무부나 여성가족부의 세종행(行)은커녕 다른 부처 빼내기가 노골화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지역화폐 ‘여민전’이 한때 중단 위기를 맞았을 전도로 재정 상황도 열악하다.

조 세종시장 당선인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해 달라는 시민의 무거운 뜻을 온전히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건은 핵심은 행정수도특별법의 국회 통과다. 여야의 당론 채택과 함께 충청권을 넘어 다른 지방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다. 갈 길이 멀고 험한 데 김 총리 주재 간담회는 지방정부의 동상이몽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 이전 로드맵만으로는 한참 모자라다. 행정수도 개헌까지는 아니더라도 특별법의 연내 처리가 필수다. 세종시의 명운이 걸린 특별법 통과를 위한 조 당선인의 전략과 추진력을 지켜볼 일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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