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이 핵 협상을 포함한 최종 종전 합의에 동의할 경우, 민간 기업 중심으로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민간 투자기금 형태를 통해 사실상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를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성격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이란 종전 협상 과정에서 대이란 제재 완화와 함께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 방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CBS 인터뷰에서 재건기금과 관련해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관련 논의가 진행 중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FT에 따르면 재건기금은 양국 간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최종 합의가 성사될 경우에만 설치된다. 미국과 이란은 우선 MOU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한 뒤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를 포함한 최종 합의를 위한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금 조성은 해협 정상화와 핵 협상 타결을 거쳐 최종 종전이 이뤄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들이 조성하는 형태로 구상되고 있다. FT는 특히 이란 에너지 산업 투자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주요 참여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운용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T에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한국, 일본, 미국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제재가 해제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 자금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종전을 조건으로 이란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문제는 협상 과정 내내 논란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를 비판하면서 현금성 지원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오바마 시절과는 다르다”, “이번에는 돈이 오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란에 대한 직접 보상 논란을 차단해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재정적 인센티브 규모가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 당시 합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FT는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를 포함한 제재 완화 조치가 핵 협상 진전과 최종 합의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 역시 신뢰 구축 차원에서 초기에는 제한적인 재정 완화 조치를 제공하고, 이후 협상 진전에 따라 추가 완화가 이뤄지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FT에 “제재 완화는 특정 행동 하나와 연계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전반적인 행동과 관련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핵 프로그램 문제”라고 말했다.
이란 측도 앞서 미국과 체결한 MOU 내용을 소개하면서 3000억달러 규모 재건기금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란 협상단 수석고문 전략고문인 메흐디 모하마디는 전날 메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금이 사실상 전쟁 배상금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배상’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재건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전쟁 기간 이란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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