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와 제재 해제 합의에 미·이란 서로 다른 말

이란 언론 "수수료 징수 인정돼… 향후 60일만 무료"

이란 "동결자금 120억달러 즉시 해제"… 美 "단계적"

본 협상 순조롭게 진행될 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호르무즈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이란 동결자금 해제를 둘러싸고 양측이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후속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오는 19일(현지시간) 종전 MOU에 공식 서명한 뒤 60일간 핵·제재 문제를 포함한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이 각기 다른 설명을 내놓으면서 협상 출발선부터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미국과 이란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은 MOU 서명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미국의 대이란 봉쇄 조치가 해제된다는 점이다. 다만 해협 통행이 장기적으로 무료로 유지될 것인지를 놓고는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인터뷰에서 언급한 '영구적 통행료 면제' 구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60일 동안만 무료 통항이 허용되며 이후에는 통행료 부과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브리핑에서 MOU에 '60일간의 무료 통항'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하며, 이후 제도 운영 방식은 추가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협상 결과에 따라 이란이 통행료 부과를 추진할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정상화 시점을 놓고도 미국 내부에서 온도 차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부분 개방 상태인 해협이 19일 완전히 재개방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당국자는 실제 선박 통항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쟁점은 이란 동결자금 해제 문제다. 이란은 MOU 체결과 동시에 동결자금 일부가 해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후속 협상 성공 여부가 미국의 약속 이행에 달려 있다며 해상봉쇄 해제와 군사작전 종료, 동결자금 해제를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란의 해외 동결자금은 총 1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 언론들은 MOU 체결과 함께 120억달러가 우선 해제되고, 이후 협상 기간 중 추가로 120억달러가 풀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동결자금 해제와 대이란 제재 완화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및 이행 검증과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OU 서명만으로는 자금 해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양측 모두 공개 발언을 통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후속 협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동결자금 선(先) 해제 문제는 향후 60일 협상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단계에서조차 합의 이행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드러난 만큼, 핵 프로그램 폐기와 제재 해제라는 보다 민감한 의제를 다룰 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자칫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어렵게 성사된 종전 합의가 다시 군사적 긴장 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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