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본 행사 앞두고 전격 합의…하메네이 미서명엔 “과거 핵합의 때도 전례 있어”

‘60일 무상 개방’ 뒤 숨은 동상이몽…트럼프 “영구 면제” vs 이란 “수수료 징수”

밴스 “즉각적 자금 해제 없다” 선긋기…양국 ‘작은 제스처’ 교환하며 신뢰 구축 모색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는 제외…호르무즈 통행료·동결자금 등 최종 이행까지 ‘첩첩산중’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제네바 본 행사를 앞두고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격 전자 서명했다. 미 정부는 양국 정상급 인사의 서명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문제를 비롯한 핵심 쟁점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음을 인정했다.

미국의 대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양국은 종전 MOU 타결을 발표한 날 전자 방식으로 서명을 마쳤다. 서명에는 미국 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이란 측 대미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참여했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직접 참석하는 대면 서명 행사를 별도로 개최한다.

이번 서명식에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빠진 것을 두고 미 고위 당국자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 당시에도 최고지도자가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타결 발표 이후에도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아 불거진 의구심에 대해 미 당국자는 24~48시간 내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제네바 서명식 이후 공식화될 것이라고 언급해 시점상의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최대 격전지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문제다. 미 고위 당국자는 “MOU에 호르무즈 해협이 60일간 통행료 없이 개방된다고 명시돼 있다”라며 향후 선박 통행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밴스 부통령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통행료 부과 없이 개방되길 바란다. 향후 기술적 협상에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영구 면제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배치된다. 이란 측은 60일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해상 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수수료를 강제 징수하겠다는 계산이어서 향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결자금 해제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수싸움도 치열하다. 미국은 서명 대가로 즉각적인 자금 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밴스 부통령은 “돈이 지급되지 않았고 이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못을 박았다. 다만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폐기하거나 검증체제를 수용하는 등 행동에 나선다면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 고위 당국자 역시 현재 양국이 신뢰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음을 시인하며 “미국은 동결자금과 제재를 풀 준비가 돼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란을 향해 “그들이 약속 이행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몇 작은 제스처를 취하면 우리도 초반에 몇몇 작은 제스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자금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버티자, 미국이 유화책으로 맞불을 놓으며 판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합의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문제는 완전히 제외됐다. 미 당국자는 이 사항이 MOU 합의 내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는 미·이란 밀착에 반발하는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호르무즈 통행료, 동결자금 해제, 이스라엘 돌발 변수 등은 향후 MOU 이행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향후 60일간 진행될 핵협상 기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병력을 그대로 묶어두기로 했다. 군 당국은 이란과의 최종 합의가 완전히 도출되는 시점에 맞춰 단계적인 병력 감축에 나설 방침이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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