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예외규정 표류에 경영전략 급선회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유망 신약개발 자회사 상장을 포기하고 모회사와 합병시킨 후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발표할 중복상장 금지 예외 가이드라인에 연구개발(R&D) 비중이 큰 신약개발 사업 특성을 반영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경영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신약개발 기업들이 막대한 R&D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중 주식시장을 통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때문에 상장은 필수 과정이다.

정태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복상장 규제로 자회사 상장 길이 막힘에 따라, 흡수합병 후 모회사가 자금조달을 하는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알테오젠, 오스코텍, 휴온스글로벌 등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했던 자회사를 합병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알테오젠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자회사인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의 흡수합병 절차를 논의 중이다. 당초 계획은 이 자회사를 단독 상장시키는 것이었다.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가 주력 파이프라인이다. 제품 출시 후 상장을 통해 황반변성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로드맵을 그렸으나, 정부의 중복상장 제한 기조로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 흡수합병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중복상장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라 IPO 추진이 어렵게 돼 여러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코텍의 경우 지난해 신약 개발 자회사 제노스코의 단독 상장을 추진했다가 모회사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상장 대신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한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임시주총을 열어 재무적투자자(FI)·전략적투자자(SI) 유치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수권주식수 확보'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재상정하려면 내년 3월 정기주총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제노스코와 공동 개발한 항암제 '레이저티닙'의 가치가 온전히 오스코텍에 귀속되길 바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해 제노스코의 완전자회사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휴온스그룹 지주사 휴온스글로벌도 최근 자회사 휴온스랩을 단독 상장시키는 대신 또다른 자회사 휴온스와 합병시키기로 결정했다.

휴온스랩은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복상장 규제로 인해 국내 상장을 못하게 된 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가는 일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많이 받은 기업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상장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홍콩 등에 상장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와 거래소는 다음달까지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가이드라인을 공개·시행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당초 이달 초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일반주주 동의 방식을 두고 여러 방안이 검토되면서 최종안 도출이 늦어지고 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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