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연일 전고점을 돌파하며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개 구의 아파트값이 과거 최고점을 갈아치웠고, 서울 외곽의 국민평형 아파트마저 10억원을 훌쩍 넘어서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짓밟고 있다. 전세 매물은 씨가 말라 임차인들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며 주거비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 민생의 기본인 서민 주거 사다리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극심한 불안감은 '공급 절벽'에서 비롯됐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수도권 6만호 공급 등 두차례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발표됐지만 시장에선 이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 지급이 가세하고 있다. '반도체 벨트' 매수세가 몰린 화성·용인·하남·안양 등의 급등세가 서울 외곽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가까운 동탄역 초역세권 아파트는 전용 84㎡(34평형)가 최근 최고 22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외곽인 노원구의 전용 84㎡도 18억원에 매매됐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기가 막힌 것은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김 장관은 서울 집값이 치솟는 와중에 그간 "최근 집값은 이성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였다", "강남 불패 신화 깨겠다"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정부 공급 물량 중 임대 아파트 비율이 너무 높아 집값을 잡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대해 "중산층이 살 수 있는 넓은 평수와 좋은 입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집값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며 서울시 등이 요구하는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는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현재의 수도권 '부동산 대란'을 과거 착공 감소에 따른 일시적 과열로 치부하며, 3기 신도시 조기 착공과 공공분양 확대 같은 영혼 없는 대책만 읊어대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의 천문학적 성과급 지급과 직원 주택자금 대출에 따른 집값 불안정에 대비, 반도체 사업장과 가까운 지역의 공급 확대 대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대출 억제와 징벌적 과세 카드만 만지작 거린다. 김 장관의 행보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을 촉발했던 김현미 전 장관의 데자뷔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매물을 씨 마르게 하고, 대출 규제로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의 풍선효과를 부추기는 행태까지 닮았다. 과거의 처참한 실패를 목도하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실패한 전임 장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국토부 장관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토부는 시장이 믿을 수 있는 공급대책을 내놔야 한다. 또 민간 기업이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자고 나면 뛰는 수도권 집값에 서민들은 주무 장관은 대체 뭐하고 있느냐를 묻고 있다.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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