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면서 세계의 시선이 다시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중동전쟁이 사실상 종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년 전인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던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호텔 정원을 산책하는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단순한 추억 소환으로 보기 어렵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분야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간 새로운 외교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대화 복원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을 "불변의 적국"으로 규정하며 비핵화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한국과,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미·이란 합의가 북핵 협상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이다. 이번 합의는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기보다 갈등을 봉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비핵화보다 핵 동결 등 현실론적 접근을 택한다면 한국의 안보 환경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코리아 패싱'이다.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 북·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협상 결과를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북핵은 미국의 외교 카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논의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배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관망자가 될 것인지 주도적 당사자가 될 것인지는 우리의 준비에 달려 있다. 필요한 것은 관망이 아니라 주도권이다. 정부는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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