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에 반도체 수출물가 고공행진

수출물가 0.3% 상승·수입물가 0.3% 하락

한은 “종전 합의로 상방 압력 완화 가능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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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물가가 11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수입물가는 두 달째 내렸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이달 수입물가 상방 압력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유가와 환율 흐름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5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88.58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6.9% 올랐다. 수출물가는 지난해 7월부터 11개월째 전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출물가 상승은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가 이끌었다.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5.4%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4.0% 뛰었다. 지수는 208.98로 2010년 7월 217.32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세부 품목별로는 D램 가격이 전월 대비 7.6% 올랐고 플래시메모리는 19.5%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D램은 259.7% 급등했고 플래시메모리도 223.0% 뛰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고 공급 확대가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AI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가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수급 불균형이 수출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월별 가격 등락률은 수급 여건이나 계약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영향은 크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은 4월 평균 1487.39원에서 5월 1490.11원으로 0.2% 상승했다. 환율 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0.1% 올랐다. 원화 약세보다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가격 자체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린 셈이다.

농림수산품 수출물가도 전월 대비 1.8% 상승했다. 냉동수산물은 다랑어 등 일부 어종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월 대비 2.7% 올랐다. 1차금속제품도 동정련품과 알루미늄판 등을 중심으로 2.3%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유가 하락 영향으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5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68.05로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수입물가는 4월 2.1% 내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이 4월 배럴당 105.70달러에서 5월 103.15달러로 2.4% 떨어진 영향이 컸다.

원재료 수입물가는 원유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원유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1.9% 내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도 나프타와 경유 가격 하락 영향으로 2.6% 떨어졌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수입물가가 24.8% 상승했다. 중동 전쟁 직후인 3월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원유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로는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72.7%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나프타와 벙커C유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4.7%와 73.2% 올랐다.

이달 수입물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상방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팀장은 “6월에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수입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그 정도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안정세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 합의 전인 지난 12일까지 두바이유는 전월 평균 대비 11.8%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8% 오른 상황”이라며 “종전 합의 이후에도 중동 지역 석유 시설 정상화와 호르무스 해협 통행 여건에 따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흐름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무역지수에서도 반도체 가격 강세의 영향이 이어졌다. 5월 수출물량지수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와 1차금속제품 등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4.7% 상승했다. 수출금액지수는 56.8% 뛰었다. 특히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0.3% 올랐다.

이 팀장은 “5월 수출금액지수에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오름세뿐 아니라 AI 수요 확대에 따른 인프라 구축용 구리와 비철금속 수요 증가도 작용했다”며 “1차금속 수출도 금액과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5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크게 오르면서 전년 동월 대비 18.7% 상승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수출물량지수가 모두 오르며 36.1% 뛰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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