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임원급 연쇄 스카우트
북미 시장서 포드 제치고 톱3 가능성
한때 BMW와 아우디, 벤틀리 출신 스타 임원을 잇따라 영입하며 글로벌 무대의 문을 두드렸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이제는 경쟁사가 탐내는 인재 영입 1순위 기업으로 바뀌었다.
세계 판매량 3위 달성에 큰 역할을 한 현대차의 북미 판매 전략과 딜러 운영 노하우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최근 마이클 데파울 현대차 미국법인(HMA) 리테일 퍼포먼스 디렉터를 시장진출 전략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데파울 수석부사장은 HMA에서 리테일 운영과 인센티브 전략, 지역 판매 조직 운영 등을 두루 거친 판매 전문가다. 2013년 리테일 운영 수석그룹매니저를 시작으로 인센티브 담당, 리테일 운영 총괄을 맡았으며 이후 미 동부지역 총괄과 남부지역 총괄을 역임했다.
올 초부터는 리테일 퍼포먼스 디렉터로 근무하며 현대차의 미국 성과 개선을 이끌어왔다.
스텔란티스는 올 들어 두 차례나 HMA 출신을 주요 보직에 앉혔다. 앞서 HMA 판매 총괄 부사장 출신인 마이클 오렌지를 미국 판매 및 네트워크 퍼포먼스 총괄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오렌지 수석부사장은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전국 7개 권역 판매 전략과 딜러 네트워크를 총괄하며 미국 판매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는 과정에서 최전선에 있었던 인물이다. 북미 판매 전략과 딜러 운영 노하우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완성차 업체 출신 인재를 적극 영입해왔다. 피터 슈라이어 전 사장은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은 BMW M에서,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역시 닛산 출신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역량 강화에 기여한 대표적인 외부 영입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과거 해외 완성차 업체 출신 인재를 수혈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현대차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경쟁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북미 시장에서 괄목 성장한 것이 그 이유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4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58만9936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 전체 판매량이 6.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시장 '톱3'인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2%, 도요타는 1.4%, 포드는 10.4% 각각 판매가 줄었다.
그 결과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8%에서 올해 1~4월 11.8%로 상승했다. 3위인 포드(12.2%)와의 격차를 지난해 1.9%포인트(p)에서 0.4%p로 좁히며 사상 첫 톱 3 진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차(HEV)를 앞세운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도 내연기관과 HEV, 전기차를 유연하게 공급하며 수요 변화에 대응해왔다.여기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한 현지 생산 확대와 딜러 수익성 개선, 고객 접점 강화 전략까지 더해지며 현대차 미국 판매 조직은 북미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공 사례를 만든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반면 스텔란티스는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과 재고 증가, 딜러 불만 확대 등으로 판매 전략 전면 재정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안토니오 필로사 최고경영자(CEO) 체제 출범 이후 북미 조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출신 판매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출신 인재를 영입해 선진 판매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배우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현대차의 북미 성공 경험 자체가 경쟁사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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