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종전 합의에 도달한 것을 두고 중동 전쟁의 핵심 당사국인 이스라엘 내부에서 거센 반발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결된 합의안이 이스라엘이 전쟁을 치르며 공언했던 안보 목표와 큰 괴리가 있다는게 이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초기부터 이란의 핵 프로그램 동결과 탄도미사일 능력 무력화를 최종 목표로 명시해 왔다. 또한 자국을 겨냥한 실존적 위협을 원천 제거하기 위해 이란 국민이 현 정권을 축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레바논 헤즈볼라·예멘 후티 반군·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이란의 대리 세력(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중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도출된 미·이란 합의안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약이나 대리 세력 지원 중단에 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로서는 핵심 위협 요인이 고스란히 남은 셈이다.
이스라엘 정치권은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공개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우파 성향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합의는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중도 야권의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역시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이스라엘 외교·안보 정책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여론도 극도로 악화했다. 지난 1년 동안 이란과 두 차례나 전면전을 치르며 피를 흘렸음에도, 정작 종전 협상 테이블에는 앉지도 못한 채 미국이 주도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1면 머리기사 제목에 ‘나쁜 합의’라는 헤드라인을 걸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합의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이란 신정 체제를 안정시키고 재무장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 인사들은 공식적인 대미 비판은 자제하고 있으나 내부 기류는 침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종전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부메랑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끈끈한 친분을 독점적인 정치적 자산으로 과시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패싱하고 이란과 손을 잡으면서 명분이 통째로 흔들리게 됐다.
오는 10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성과를 내놓으라는 야권의 공세는 물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연립정부 내 극우 강경파의 반발 사이에 끼어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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