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000곳 이상이 난립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의약품 유통업계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선 일부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빠르게 대형화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영세 도매상이 난립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양극화가 영세업체의 의약품 불법판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은 의약품 유통업체는 모두 9곳이다.
10년새 매출 ‘1조 클럽’이 지오영 한 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 전년 7곳보다는 2곳이 더 많아졌다.
매출 1위는 주로 병원 대상 의약품 유통을 맡는 지오영으로, 이 회사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3조4848억원이다. 2위는 2조7508억원의 백제약품이다. 다음은 케어캠프(1조3185억원), 인천약품(1조2536억원), 지오영 자회사인 지오영네트웍스(1조2302억원) 순이다. 이외에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공급해 온 쥴릭파마코리아를 비롯해 복산나이스, 온라인팜, 비아다빈치도 연간 매출이 1조원을 웃돌았다.
업계 전체 매출 가운데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전체 매출 약 36조원 중 42.8%가 상위 10개 업체에서 나왔다. 10위권 업체의 매출 점유율은 2022년 39.8%였으나, 2023년 40.8%를 기록하며 40%대에 진입했고 2024년에는 41.7%로 더 커졌다.
지난해 상위 3개 업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체 평균 9.1%보다 높았다. 지오영은 영업이익이 16.3% 증가했고 백제약품과 케어캠프도 각각 21.5%, 93.0% 늘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수는 2015년 1곳에서 10년 만에 9곳으로 늘었다. 최근 3년으로 좁혀보면 2022년 4곳에서 9곳으로 급증했다.
반면 품질 관리가 부실한 영세 도매상은 여전히 넘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발표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는 3503곳으로, 이 중 81.8%가 연매출 100억원 미만 영세 도매업체다.
수입 의약품·시약·원료 의약품만 취급할 경우 영업소와 66㎡의 창고를 갖추면 창업이 가능할 정도로 문턱이 낮아 영세한 업체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양극화가 심해지면 영세한 소형 도매상들이 생존을 위해 불법영업의 유혹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수천개 업체가 난립하는 의약품유통업계에서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상위 소수 업체가 점유하는 식으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장 환경에선 의약품 리베이트 영업과 관련한 불법행위 근절·단속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세 업체들이 관련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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