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개통 지연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양 일산과 파주 운정 일대 집값이 동시에 '후진' 기어를 넣기 시작했다.
두 지역은 GTX 개통 여부가 집값을 크게 좌우해온 곳인데, 삼성역 개통 연기로 기대감이 줄고 있어서다. 반도체 호황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경기 남부권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킨텍스 일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킨텍스 원시티 2블록' 전용 84㎡ 매물은 최근 12억원에 나왔다. 지난달 직전 실거래가가 13억95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전세 가격도 내리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7억5000만원에 임차인을 찾았는데, 현재는 6억원대에도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다. GTX 지연으로 실거주 교통 메리트가 줄면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현지 중개소에선 보고 있다.
킨텍스 주변 H공인 관계자는 "철근 누락으로 GTX 삼성역 개통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특히 강남 접근성을 기대하고 들어오려던 실수요층 움직임이 크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에서도 매매와 전세 가격이 약세다. GTX 운정역 초역세권 아파트인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 84㎡ 매매 호가는 최근 6억8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단지다.
전세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당초 이 아파트 전용 84㎡ 전세 물건은 4억5000만원 수준에 거래됐는데, 최근엔 3억원대에도 물건이 나오고 있다. 가격을 낮춰도 계약 문의가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소의 설명이다.
GTX-A 노선은 당초 삼성역 무정차를 전제로 오는 8월 전 구간 개통이 예정됐던 사업이다. 하지만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과정에서 철근이 설계 기준보다 부족하게 사용된 것이 확인되며 현재는 연내 개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기존 일정대로 개통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조물이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상당한 절차가 필요해 정상 개통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GTX 개통 지연으로 경기 북부와 남부 간 집값 격차는 당분간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6월 둘째 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1.98% 올라 전국에서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같은 기간 고양 일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1% 오르는데 그쳤고, 파주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0.01% 내렸다.
경기 남부권은 반도체 산업 호황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규제지역 지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부권은 이렇다 할 기대 요인이 없는 상황이다.
운정역 인근 D공인 관계자는 "GTX 완전 개통을 바라보고 선제적으로 진입한 투자 수요가 많은데, 개통 지연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재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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