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관사 일방적 물량 회수

금감원, 세부 미배정 경위 파악 착수

12일(현지시간) 나스닥 입성을 축하하는 스페이스X 관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나스닥 입성을 축하하는 스페이스X 관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미국 나스닥 상장 성공으로 현지와 월가가 역대급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철저히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의 공모주 배정 물량이 최종 단계에서 전량 삭감되면서, 관련 펀드를 출시하고 대규모 청약까지 받아둔 국내 자산운용업계와 전문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타격을 입게 됐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나스닥 상장 첫날인 12일(현지 시각) 공모가 대비 19.34% 오른 161달러로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은 210조원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총자산 규모는 1조500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최초로 '조만장자(trillionaire)' 자리에 올랐다. 미국 월가에서는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공동주관사 JP모건 등이 초호화 축하 파티를 연일 개최하며 역사적인 기업공개(IPO) 흥행을 자축했다.

하지만 이같은 화려한 증시 데뷔의 이면에서 한국 자본시장은 철저히 배제됐다. 스페이스X의 글로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 과정에서 국내 인수단인 미래에셋증권의 물량을 '없음'으로 확정하며 한국행 물량 231만4815주(클래스A 보통주)를 최종 단계에서 전량 삭감했다.

이는 나스닥 상장 직후 미국 현지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자, 대표주관사가 자사 권한을 앞세워 국내 배정 물량을 거둬들여 재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IPO 시장 특성상 공시된 인수수량은 단순 인수 비율일 뿐 실제 최종 물량 배정은 대표주관사의 절대적 권한이라는 점이 '한국 패싱'의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주관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던 국내 전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은 물량을 단 1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앞서 진행된 스페이스X 청약은 총 목표금액이 5억달러 규모로 판매 개시 후 1∼2분 만에 완판되는 등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최종 미배정 통보로 인해 청약 증거금 전액을 환불 처리하는 대규모 취소 소동을 겪게 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각 인수인이 실제 배정받는 판매 물량은 대표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배정된 물량이 없어져 고객들께 불편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미 주관사의 일방적인 '물량 회수' 여파는 스페이스X 주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던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계획에도 타격을 입혔다.

스페이스X IPO 참여를 공식화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공모주 확보가 전면 무산되면서 상장 첫날 장중 매매를 통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등에 일부 물량을 편입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앞서 한투운용은 해당 물량을 펀드에 분배할 예정이라고 홍보해 지난 8일 해당 ETF의 한 달간 개인 순매수액이 6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주요 ETF 상품을 통해 이번 IPO에 참여하려 했으나 물량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조기 편입 제도(패스트 엔트리) 공지를 1시간 만에 철회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다른 액티브 운용사들도 상장 당일 장중 매매로 스페이스X를 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이 공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세부 과정과 원인에 대해 경위 파악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청약이 전문투자자와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배정 물량이 없을 수 있다는 미국 IPO 제도의 특수성이 사전에 안내된 만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미 주관사의 독점적인 권한 행사와 일방적인 물량 회수로 인해, 현지와 월가가 역대급 축제를 즐기는 동안 국내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소외당하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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