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들의 밥상 지도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4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가끔 채식을 즐기는 이른바 '플렉시테리언'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팍팍한 현실도 숨어있다. 바쁜 일상과 얇아진 지갑 탓에 시민 3명 중 1명은 식사를 부실하게 때우고 있으며, 여전히 '맵고 짠' 국물 요리와 '달달한' 간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14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5 서울시민 먹거리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의 음주 문화가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남성 '소주 7잔·맥주 5캔', 여성 '소주 5잔·맥주 3캔' 이상의 폭음 빈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3.7%가 "최근 1년간 전혀 마시지 않았다"고 답했다.

금주한다는 응답이 전년(21.6%)보다 늘었다. 또 주 2회 이상 술을 마신다는 비율은 전반적으로 하락한 반면, 월 1회 이하로 가볍게 즐기거나 아예 안 마신다는 응답이 늘어나며 뚜렷한 음주 감소 추세를 보였다.

건강을 챙기는 식습관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설문에 참여한 시민의 17.3%가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답했는데, 이는 2022년(5.8%)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주목할 점은 채식의 형태다. 완전 채식을 고집하는 비건이나 유제품만 먹는 락토-오보의 비율은 줄어든 반면, 평소엔 채식을 하되 상황에 따라 육식을 곁들이는 '플렉시테리언(12.3%)'이 대폭 증가했다.

채식을 선택한 주된 이유 역시 체중 조절(65%)과 건강 관리(61.6%)가 압도적이었다. 엄격한 신념보다는 현실적인 건강을 위한 유연한 식단을 선호하는 셈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적인 제약 탓에 식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이어트 목적을 제외하고 '다양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65.9%로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가장 큰 원인은 '식품을 사거나 조리할 시간 부족(59.3%)'이었다. 특히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 가구에서는 '경제적 부담(43%)'을 식사 불균형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아 씁쓸한 먹거리 양극화를 보였다.

식생활의 모순은 자극적인 음식 섭취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라면, 국물 떡볶이 등 '맵고 짠 국물 요리'를 하루 1회 이상 먹는다는 응답은 33.2%로 전년보다 늘었다. 믹스커피나 단 과자 등 '고당도 간식'을 매일 섭취하는 비율 역시 37.3%에 달해 절제가 필요한 식습관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0월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3024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서울시는 이번 진단 결과를 토대로 당류 저감을 위한 '덜달달 원정대', 외식 시 잡곡밥 선택권을 주는 '통쾌한 한끼' 등 시민 맞춤형 식생활 개선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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