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기업 달러예금 543.7억달러

환율 1500원대 장기화에 달러 보유 수요 확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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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달러예금이 3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당국이 수출대금 환전을 독려하며 달러 매도를 요청했지만 수출기업들은 환전 시점을 늦춘 채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달러를 은행에 쌓아두는 흐름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543억7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월 말 552억55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기업 달러예금은 올해 3월 말 462억300만달러에서 4월 말 490억2800만달러, 5월 말 507억1300만달러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1일까지 36억5800만달러 늘며 5월 말 대비 7.2% 증가했다.

반면 개인 달러예금은 같은 기간 122억7500만달러에서 121억3600만달러로 1억3900만달러 감소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전체 달러예금 잔액은 5월 말 629억8900만달러에서 이달 11일 665억700만달러로 35억18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예치한 뒤 출금하거나 만기 때 원화로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외화예금 상품이다. 환율이 오를 경우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입대금 결제나 외화부채 상환 등에 대비한 외화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최근 당국은 달러 수급 안정에 직접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대금의 신속한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를 요청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앞서 시중은행에 달러예금 관련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달러를 쉽게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서 일부 내려왔지만 여전히 1500원대에 머무는 데다 미국 경제지표, 중동 정세, 외국인 자금 흐름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의 경우 최근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달러 유입이 늘어난 가운데 환전 시점을 늦추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측면도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이후 15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6월 들어 주간거래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523.3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1626.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일일 변동폭도 평균 10.1원으로 5월 6.6원, 4월 8.9원보다 커졌다.

지난 5일 야간거래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6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이번 주 들어서는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와 종전 기대감,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이 맞물리며 1510원대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6월에는 미국과 이란의 협정이 체결될 경우 1480원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지만, 현재 구도상 합의 자체가 깨지기 쉽기 때문에 하반기에 시장이 전쟁 이전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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