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만남 대신하면서 연애와 성관계 줄어

2007년 애플폰 출시 후 현재까지 출산율 22% ↓

지역별 스마트폰 보급률과 출산율, 정확히 반비례

저출산 해법, 스마트폰과 관련 발상의 전환 필요

스마트폰이 출산율을 떨어뜨린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손안의 작은 화면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대신하면서 연애와 성관계, 나아가 출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CNN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미들버리대와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스마트폰 보급이 미국 출산율 하락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시점은 2007년이다. 그해 말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휩싸였고, 몇 달 전에는 애플의 첫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미국의 일반출산율(가임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은 현재까지 약 22% 감소했다.

그동안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 피임약 보급, 치솟는 집값과 보육비 등이 거론됐지만 연구진은 이들 요인만으로는 하락 폭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아이폰 초기 보급 과정을 자연실험처럼 활용했다. 아이폰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통신사 AT&T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역별로 모바일 광대역망 구축 속도가 달랐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일찍 접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출산율 변화를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주민의 90% 이상이 초기 아이폰 환경에 노출된 지역은 네트워크 보급이 미미했던 지역보다 출산율 감소 폭이 훨씬 컸다.

특히 10~20대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15~19세 출산율은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지역에서 26% 감소했지만 보급이 늦은 지역에서는 14% 감소에 그쳤다. 20대 출산율 역시 각각 15%, 10% 하락했다. 30대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지역의 출산율이 소폭 감소한 반면, 보급이 늦은 지역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초기 스마트폰 보급이 2007~2011년 미국 출산율 하락분의 약 33~52%를 설명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어떻게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을까.

연구진은 스마트폰이 인간의 직접적인 만남과 신체 접촉을 일부 대체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에 인용된 전국 단위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이후 대면 상호작용은 감소했고, 온라인 음란물 이용은 증가했으며, 성관계 빈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거에는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를 하며 관계를 형성하던 시간이 스마트폰 화면 속 활동으로 일부 대체됐고, 그 결과 연애와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연결고리도 약해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스마트폰이 출산율 하락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경제적 부담, 가치관 변화, 결혼 연령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역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경제학자 케이틀린 마이어스는 CNN에 "출산율 하락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교류하는 기회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산율 감소를 설명하는 변수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경제가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통 도구가 역설적으로 인간 사이의 물리적 만남을 줄였다면, 저출산 시대의 해법 역시 보육비나 주거정책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사회'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스마트폰이 출산율을 떨어뜨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PA 연합뉴스
스마트폰이 출산율을 떨어뜨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PA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