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엔 얌전한 해치백
421마력·제로백 3.9초
스포츠모드선 야성 폭발
AMG라고 하면 대개 우렁찬 배기음과 날렵한 차체부터 떠올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는 트랙을 질주하는 '맹수'의 이미지에 가깝다.
그런데 '메르세데스-AMG A 45 S 4MATIC+'를 처음 마주한 순간, 뜻밖의 단어가 떠올랐다. "귀엽다." 앙증맞은 해치백 차체에 동그란 인상까지 더해져 영락없는 '귀여운 벤츠'였다.
하지만 2박 3일 동안 서울 도심과 외곽, 고속도로를 달려본 결과 이 작은 차는 귀여운 외모 뒤에 421마력짜리 맹수의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
최근 서울 도심과 외곽, 고속도로를 오가며 2박 3일 동안 A 45 S를 경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차는 평범한 해치백의 탈을 쓴 맹수였다.
기자처럼 체구가 작은 운전자에게 A 45 S는 유독 잘 맞았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몸을 감싸는 AMG 퍼포먼스 시트가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아준다. 시트를 조절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내 차였던 것처럼 손과 발이 닿는 위치가 익숙했다.
A클래스 특유의 콤팩트한 차체 덕분에 서울 도심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차폭 감각을 익히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만난 차인데도 금세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은 의외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신호가 바뀌고 가속 페달에 힘을 싣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A 45 S에는 1991㏄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421마력, 최대토크는 51㎏f·m에 달한다. AMG 스피드시프트 DCT 8단 변속기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9초 만에 도달한다.
AMG 드라이버 패키지를 적용하면 최고속도는 시속 270㎞까지 낼 수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슈퍼카 영역에 가깝다. 실제 체감 역시 그렇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비교적 얌전했다. 출퇴근길에 타는 일반 A클래스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덕분에 막히는 도심에서도 생각보다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엔진 회전수가 높게 유지되고 변속 타이밍도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 반응이 더욱 예민해졌다. 배기음은 한층 거칠어지고, 변속 때마다 등 뒤를 밀어붙이는 감각이 선명해졌다.
얌전한 해치백의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AMG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고속도로 진입 구간에서 보여주는 폭발력은 인상적이었다. 작은 차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속도를 끌어올렸다. 흔히 작은 차를 떠올리면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A 45 S에서는 그런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면 충분하다'를 넘어 '굳이 여기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과함이야말로 AMG를 AMG답게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A 45 S는 AMG 특유의 엔지니어링이 집약된 모델이다. 작은 해치백에 421마력을 얹고, 슈퍼카 수준의 가속 성능을 구현했다.
효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실내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했다.
AMG 스티어링 휠과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고,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과 파노라믹 선루프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도 담겼다. 다만 공간 활용성은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
앞좌석은 체구가 작은 성인 기준으로 만족스러웠지만,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장시간 이동하기에는 다소 답답했다.
180㎝ 안팎의 성인이 오래 앉아 있기엔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넉넉하지 않았다. 어린 자녀가 탑승하는 용도로는 큰 불편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결국 A 45 S는 모두를 위한 차는 아니다. 넓은 실내를 원한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정숙성과 효율을 우선한다면 하이브리드가 더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A 45 S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평범한 출근길에는 다루기 쉬운 콤팩트 해치백이 되고, 운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본색을 드러내는 고성능 머신으로 변신한다. 버튼 하나로 두 개의 얼굴을 보여주는 셈이다. 귀여운 벤츠라고 생각했던 첫인상은 2박 3일의 시승을 마친 뒤 완전히 바뀌었다.
작은 체구 속에 거대한 에너지를 숨긴 차, 얌전한 해치백과 맹수 같은 스포츠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두 얼굴의 자동차였다. AMG A 45 S 4MATIC+의 가격은 7316만원이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