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코앞에 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또다시 불을 뿜었다.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과시하며 상선을 향해 자폭 드론을 날리자, 미군이 즉각 요격에 나서며 팽팽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종전을 앞두고도 ‘바닷길 통행료’를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샅바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벌어진 일촉즉발의 상황을 공식 발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상선들을 겨냥해 여러 대의 편도 공격형(자폭형) 드론을 발사했으나, 미군이 이를 모두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국제 무역 항로는 차질 없이 열려 있으며, 선박 통항 역시 안전하게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현지에 강력한 주둔 및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군 F-16 전투기를 중동 상공에 투입해 철통같은 순찰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 역시 이란 남부 해안의 시리크 항구와 게슘섬 인근 해역에서 폭발음이 포착됐다고 타전하며, 당시의 긴박했던 무력 충돌 상황을 뒷받침했다.
종전 MOU라는 외교적 타결이 임박했음에도 양국이 물리적 마찰을 빚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은 자국 군대의 사전 승인 없이 해협을 지나려는 상선에 무력 대응을 불사하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전 이후에도 해협 통제권을 굳건히 쥐고, 통항 선박들에게 이른바 ‘수수료’를 걷겠다는 것이 이란의 궁극적인 목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 TV에 직접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체계가 전쟁 발발 이전 상태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해협 이용 선박에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해협의 성격을 둘러싼 양국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자국의 내해(內海)로 취급, 서비스 수수료라는 명목 아래 강제적인 ‘바닷길 통행료’를 챙기려 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글로벌 에너지 물류의 핵심 거점인 만큼, 어떠한 제약이나 위협 없이 전쟁 전처럼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는 완벽한 ‘국제 수로’로 복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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