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외벽에서 상영되는 스페이스X 상장 기념 영상. [로이터=연합뉴스]
JP모건 외벽에서 상영되는 스페이스X 상장 기념 영상. [로이터=연합뉴스]

돔 페리뇽 샴페인에 ‘A5’ 최상급 와규까지.

월스트리트의 밤하늘엔 스페이스X 로켓 대신 최고급 샴페인 뚜껑이 쏘아 올려졌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12일(현지시간), 뉴욕 금융가는 돈 잔치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최고급 싱글몰트 위스키와 최상급 와규가 끊임없이 서빙되는 화려한 축제장 밖에서는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규탄 시위가 벌어지며 미국의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를 뼈저리게 드러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 상장 당일 저녁 뉴욕 월가에서는 벤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호화로운 축하 연회가 줄을 이었다.

다운타운의 한 루프톱 바에서 열린 투자자 파티는 참석자가 단 30명에 불과했지만, 하룻밤 행사 비용으로만 무려 3만달러(약 4500만원)가 쓰였다. 테이블에는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 18년산, 돔 페리뇽, 돈 훌리오 등 최고급 주류가 올랐고, 칵테일에 들어가는 얼음 하나하나엔 스페이스X의 ‘X’ 로고를 정교하게 새겨 넣는 등 극강의 호사를 누렸다.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았던 골드만삭스 역시 공모가가 확정된 전날 밤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열었으며, 상장 당일에는 본사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소행성 모양으로 특수 제작된 마카롱을 배포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공동 주관사였던 JP모건 체이스가 장식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일론 머스크에게 수개월 전부터 직접 공들여 제안한 이 연회는 유명 식당이 아닌 맨해튼 미드타운 본사 57층 최상층부에서 프라이빗하게 열렸다.

사옥 외벽의 대형 디지털 전광판에는 스페이스X 로켓의 웅장한 발사 장면이 송출됐으며, 파티 메뉴 역시 우주를 테마로 꾸며졌다.

‘미래는 모두의 것’, ‘스타십’, ‘팰컨9’으로 명명된 칵테일과 스페이스X·JP모건의 로고를 새긴 토마호크 스테이크 ‘카버리 카운트다운’이 마련됐으며 ‘문 파이’, ‘우주 아이스크림’, ‘구름 솜사탕’ 등 ‘별들 사이의 디저트’도 제공됐다.

이를 두고 WSJ는 “대표 주관사 타이틀을 내준 JP모건이 스페이스X와의 각별한 밀월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상장 파티의 ‘핵심 호스트’ 역할을 자처했다”고 촌평했다.

월가의 화려한 축포와 달리 길거리 민심은 싸늘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초호화 파티가 고금리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을 닫고 있는 미국 일반 대중의 경제적 불안감과 완벽하게 괴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들만의 우주 잔치가 한창이던 JP모건 본사 밖에서는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시위대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극소수 부유층의 배만 불리는 불평등한 금융 정책의 철폐를 촉구했다. 우주를 향한 혁신 기업의 대성공 이면에, 미국 사회의 깊은 빈부격차라는 씁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하루였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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