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7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75)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피고인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며 말다툼을 벌이던 중, 방에 보관하고 있던 시너를 아내에게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아내는 9일 뒤 전신성 패혈증으로 결국 숨졌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수십 년간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배우자를 살해해 범행 동기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고, 범행 수법 또한 매우 잔혹하다”고 질책했다.
이어 최씨가 피해자의 몸에 붙은 불을 끈 직후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은 점과 수사 과정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점도 지적했다.
최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아내를 죽이고 나도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 조사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날아갔다고 생각해 불을 붙였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내 몸에 불을 붙였을 뿐 아내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을 번복해 왔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최종적으로 범행을 자백한 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직후 아내의 몸에 붙은 불을 곧바로 끈 점, 현재 고령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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