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하나에 3000원, 12번 입금하다 1억4000만원 잃었어요.”
30대 A씨는 “SNS 좋아요를 누르면 건당 3000원을 준다”는 알바 제안을 받았다. 실제로 소액이 입금되자 의심을 풀었다. 확신을 얻은 A씨가 알바를 계속하면서 사이트 화면 속 수익금 숫자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후 불어난 수익금을 출금하려 하자 사기범은 “먼저 일정 금액을 입금해야 원금과 함께 출금할 수 있다”며 본색을 드러냈다. 의아한 구조였지만 눈앞에 찍힌 거액의 숫자를 믿고 첫 송금을 시작한 것이 늪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만두면 원금까지 다 날린다”는 공포감에 A씨는 12번에 걸쳐 총 1억4200만원을 송금하고서야 사기임을 깨달았다. 화면 속 숫자는 처음부터 전부 조작된 것이었다.
과거 검찰을 사칭하거나 공포심을 조장하던 고전적 금융사기가 ‘신뢰’를 미끼로 한 지능형 변종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소액의 수익을 먼저 안겨주거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안심시킨 뒤 거액을 갈취하는 신종 사기가 전체 금융사기의 절반을 넘어서며, 아르바이트생과 영세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12일 토스뱅크가 올해 1~4월 접수된 금융사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앱테크·발주 사칭 등 신종 사기 비중이 전체의 평균 56%를 차지하며 기존 사기 방식을 밀어내고 주류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신종 사기 발생 비중 추이를 보면 1월 48%에서 3월 66%로 급증했다. 4월에는 50%로 내려왔지만 이달에는 전체 사기의 절반을 육박하고 있다.
신종 사기의 핵심 기전은 ‘초기 신뢰 구축 후 심리적 압박’이다. 타깃의 특성에 맞춰 교묘하게 설계된 두 가지 수법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진입 장벽이 낮은 단순 미션으로 접근한 뒤 초기 성공에 대한 소액 보상금을 실제 계좌로 입금해 경계심을 허문다. 이후 팀 미션, 공동 구매 명목으로 점차 단위가 큰 선입금을 요구한다. 피해자가 “원금이라도 회수해야 한다”는 심리에 빠지면 출금 조건을 계속 추가해 거액을 뜯어내는 늪의 구조다.
‘공공기관은 사기를 치지 않는다’는 맹점을 파고든다. 위조된 서류와 허위 거래 일정으로 신뢰를 쌓은 뒤 “지정 거래처 대금을 대신 납부해 달라”며 제3자 명의 계좌로 입금을 유도한다. 이때 당일 처리라는 긴급성을 부여해 피해자가 이성적으로 검토할 시간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신종 사기의 결말은 가혹하다. 사기범들은 처음부터 정산 의사가 없으며 피해 규모는 수백만원에서 개별 사례에 따라 1억원을 웃도는 실정이다. 청년에게는 수년 치 급여가, 소상공인에게는 폐업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금액이다.
토스뱅크 금융사기대응팀 관계자는 “청년층에게는 선지급된 소액으로, 소상공인에게는 공공기관의 신용과 계약의 조급함으로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라며 “어떤 명목이든 선입금을 요구하는 순간 즉시 거래를 멈추고 금융감독원이나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형연 기자(jh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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