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27명 표결…반대 15·찬성 11·무효 5
배달 등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 내년으로
근로자측 “공짜노동 막는 등 기본권 최소 안전망”
사용자측 “근로법상 개인사업자, 논의대상 아냐”
노동계 부결 유감 “법률해석 집착, 현실 못 따라”
경영계 “소상공인 비용 강제, 취약종사자 더 취약”
16일 차기 회의선 최저임금 업종 구분 논쟁 예상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배달기사 등에게도 법정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안건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내년으로 논의가 미뤄지게 됐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고 알렸다.
최저임금위는 “표결 결과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해 별도 적용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도급제(都給制)는 일의 일정한 완성을 약속하고 성과·물량에 맞춰 수급인이 보수(성과급)를 받는 근로 형태다.
대표적으로 택배·배달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근로자가 꼽힌다. 다만 현행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려면 ‘근로자’로 인정돼야 하는데, 도급제 근로자는 ‘사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근로자위원 측과 노동계에선 기본권 보장과 저임금구조 완화 등을 이유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을 건의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올해는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접수하며 처음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김영훈 장관은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게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도급제(또는 유사 형태) 임금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세차례 회의에서 노·사는 평행선을 달렸다.
근로자 측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공짜 노동’을 줄이고, 무리한 운용을 막아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며 적용 확대를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지적하며 맞섰다.
특히 도급제 근로자 상당수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위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고, 최저임금 적용을 확대하면 소상공인 등 부담이 가중된다고 반대했다. 근로자위원 측은 “법률해석 경로에만 집착”한다며 대치했다.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안 부결 결과에 양대노총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 “저임금 취약노동자 보호란 최저임금 제도 본래 취지를 외면한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임위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전호일 대변인은 “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했음에도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해 부결된 것에 대해 상당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근로자위원 간사로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후적 판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경영계에선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가 “최임위는 ‘도급제 임금 근로자’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 별도 조율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는 최저임금법과 노동부 장관 심의 요청서에도 명시됐다”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지불 목적이 없는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비용을 강제해 고용이 급격히 축소되고, 취약계층 종사자들이 오히려 더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에 내몰린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올해 제3~5차 회의에서 공전한 데 이어 6차 회의는 오는 16일 오후 3시에 열린다. 6차 회의에선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논의된다. 업종별 구분은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 한차례 시행됐었다.
이후 1989년부터는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끝나면 노사 양측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보다 2.9%(290원) 인상됐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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