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휴전의 불씨가 불과 두 달 만에 꺼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동 전체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전역에서 이틀째 무력 공방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종전 협상이 오랜 교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 8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 육군 소속 아파치 헬리콥터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격추된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헬기 피격을 계기로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단행하고 이란 역시 이에 강경하게 맞받아치면서,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11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의 부당하고 지속적인 도발에 대응해 이란 내 여러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자위적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란을 더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예고한 지 불과 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전투기들이 이란 상공에서 4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군의 타격 표적 중 일부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불과 65km 떨어진 근교 지역이었으며, 페르시아만에 접한 이란 서부 해안의 주요 군사 자산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역의 군사 감시 자산과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를 박살 냈다고 호언장담하며, 만약 이란이 미국 협상단이 제시한 종전 합의안에 끝내 서명하지 않는다면 내일 밤에도 폭격을 이어가 그들을 완전히 박살 낼 것이라는 경고를 퍼부었다. 아울러 이란이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군 당국은 미국의 격렬한 압박이 오히려 저들의 절박함을 방증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어떠한 위협과 침략에도 굳건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란군은 미국의 공습에 즉각적인 맞불 보복으로 응수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적인 재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상선과 유조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고,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발포 표적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선박 두 척에 포격이 가해졌다는 보도가 나오며 걸프해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이라크 북부 하리르 미 공군기지를 비롯해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 18곳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대규모 보복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웃 걸프국들의 방공망에 비상이 걸리고 영공이 잇따라 폐쇄되는 등 중동 전체가 전운에 휩싸였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협상의 끈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도중 자신이 이란 당국자와 직접 통화해 공습 중단 요청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비록 이란 관영 매체가 자국 당국자와 트럼프 간의 직접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긴 했으나, 양국 모두 파국을 막기 위한 외교적 돌파구를 완전히 닫아걸지는 않은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이란 폭격이 곧 멈출 것"이라고 하는 등 이번 공격의 압박용 카드로서의 성격을 내비쳤다. 그러나 교전의 수위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이란 주위의 걸프국들까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작은 오판 하나로도 양측의 협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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