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한국 외교 노선인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대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또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등 안보의 자율적 역량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공개된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공급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위자”라면서도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첨단기술 역량이 진화하며 양국 간 경쟁이 심화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단순한 균형 유지가 아닌 국익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자주국방 역량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동맹은 한국 외교 정책의 근본적 기둥”이라며 “새로운 현실에 맞춰 자율적 행동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적 역량이란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고 국방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는 미국 스스로가 동맹에 바라는 방향과도 완전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및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확대 계획도 구체화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제도화하는 ‘전략적 행동계획 2026-2030’을 곧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 개발 수요에 맞춘 한·이탈리아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한·EU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을 통해 “안보·방위 협력 강화를 위해 ‘비밀정보보호 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영국 군축 검증 전문 단체 분석을 인용해 북한 영변의 새 시설에 원심분리기 9000기 이상이 들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현안인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외신을 통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가리켜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라는 잘못된 결정으로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렸다”며 “이는 대통령 권한의 자의적 행사를 제어할 적절한 통제 장치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1987년 개헌 이후 3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대 현실을 반영해 헌법을 갱신하고, 위법한 계엄 선포와 같은 자의적 권력 행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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