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타대출 한 달 새 3.7조 급증
2021년 4월 이후 최대 증가폭
한은 “주가 조정 땐 반대매매로 변동성 확대”
증시로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수요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은행 기타대출이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도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이에 주가 상승세가 꺾일 경우 반대매매가 늘어 투자자 손실은 물론 시장 변동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6조9000억원 증가한 118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4월 2조1000억원의 3배를 웃돌았고 지난해 같은 달 증가액인 5조2000억원도 넘어섰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기타대출이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 늘어난 24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4월 6000억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폭은 대형 기업공개(IPO) 청약을 위한 자금 수요가 몰렸던 2021년 4월 11조8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이 포함된 ‘가정의 달’ 자금 수요에 개인의 대규모 주식투자 자금 수요가 겹친 결과로 분석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예년에도 5월에는 가정의 달 관련 자금 수요로 기타대출이 다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증가 규모가 큰 편이며, 개인의 주식투자 관련 자금 수요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이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이유로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투자자가 해당 물량을 받아내면서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도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증권사 신용융자 등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운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문제는 대출을 활용한 투자가 증시 하락 국면에서 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해 투자자 손실은 물론 주가 낙폭까지 확대될 수 있다.
박 차장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흡수하는 과정에서 신용융자와 금융권 기타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조정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은행 주담대는 3조2000억원 늘어난 940조8000억원으로, 4월 증가액인 2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세자금대출은 6000억원 감소했지만 수도권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늘고 기존 분양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만9000호에서 올해 4월 2만7000호로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같은 기간 4800호에서 8500호로 확대됐다. 반면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지난해 12월 5만1000호에서 올해 4월 3만9000호로 줄었다.
기업대출도 상당폭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10조6000억원 늘어난 140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은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한 운전자금 수요로 5조2000억원 늘었고 중소기업대출은 은행의 기업여신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과 자산운용사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졌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48조8000억원 늘어 4월 6조8000억원 감소에서 큰 폭의 증가세로 전환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일부 대기업의 단기 여유자금이 유입되며 32조8000억원 증가했고, 정기예금도 은행의 대출재원 마련과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 유치로 15조8000억원 늘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86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식형펀드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확대와 신규 투자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58조8000억원 늘었다. 실제 신규 투자자금 유입 규모도 7조6000억원에 달했다. 기타펀드 역시 파생형펀드를 중심으로 21조원 증가했다.
향후 가계대출 흐름은 증시와 수도권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금 수요와 함께 기타대출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고 주담대 역시 수도권 주택거래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라 증가폭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 차장은 “주택 관련 대출은 수도권 주택시장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 이후 시장 흐름과 정부 대책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기타대출도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향후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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