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커, 원격근무 개발자나 엔지니어 위장해 침투
AI 기반 딥페이크 기술로 화상면접까지 쉽게 통과
제재로 막힌 외화벌이 해커들 美 위장 침투로 만회
아마존, 2024년 이후 1800명 이상 北 연계 차단
AI 발전으로 위장침투 더욱 정교해지며 위협 키워
미국 기술기업들을 겨냥한 해킹 활동의 상당 부분이 북한 해커 조직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해커들은 IT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위장해 기업 내부로 침투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며 미국 테크 산업의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10일(현지시간)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연계 해커들이 지난 1년간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한 주요 침입 공격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따르면 북한 해킹 조직 ‘페이머스 촐리마’(Famous Chollima)는 2025년 4월부터 2026년 5월까지 기술 분야를 겨냥한 국가 지원 ‘핸즈온키보드’(Hands-on-keyboard) 공격의 47%를 차지했다. 핸즈온키보드 공격은 자동화된 악성코드가 아니라 실제 해커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장기간 활동하는 고도화된 침투 공격을 의미한다.
북한 해커들의 가장 큰 특징은 ‘취업 사기’와 ‘내부자 침투’를 결합한 방식이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의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원격근무 개발자나 IT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 지원한 뒤 실제 직원으로 채용된다. 이를 위해 도난당한 여권과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딥페이크 기술로 화상면접까지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북한 해커들이 미국인 또는 제3국 국적자로 위장하기 위해 실시간 얼굴 변환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채용 이후에는 기업 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을 확보해 민감한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동 목적은 단순한 정보 수집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침투에 성공한 북한 요원들이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동시에 기술 자료와 지식재산권을 탈취하고 있으며, 이후 발각될 경우 유출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북한 해커들은 가상자산 개발자와 관련 기업을 집중 공격해 대규모 가상자산을 탈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 제재로 제한된 외화 확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북한이 최근 수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했으며, 2025년에만 약 20억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북한의 원격근무 위장 침투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마존은 2024년 이후 1800명 이상의 북한 연계 의심 지원자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수사당국은 북한 IT 인력의 원격근무를 지원한 미국인 협력자들을 잇달아 기소하고 있다. 미국 기업에 설치된 노트북을 북한 인력이 원격으로 조작하는 이른바 ‘랩탑 팜’(laptop farm) 운영 사례도 적발됐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AI 기술 발전이 이러한 위협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는 어색한 영어 실력이나 신분 확인 과정에서 드러났던 허점들이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로 상당 부분 보완되면서 공격의 정교함과 속도, 규모가 모두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앞으로 기업들의 채용 과정과 사이버보안 체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내부자형 침투 공격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해커들이 기술기업을 겨냥한 최대 산업 스파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원격근무 침투 작전 역시 기술업계 전반에 중대한 위험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해킹의 성격이 과거의 ‘외부 침입형 공격’에서 ‘내부 잠입형 공격’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방화벽과 보안 프로그램이 주요 방어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인사(HR) 부서와 채용 시스템이 사이버 안보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확산되면서 국경을 초월한 원격근무 환경은 북한뿐 아니라 각국 정보기관과 범죄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침투 경로가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해커가 밖에서 침입한다’는 전통적 관념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앞으로 사이버전은 네트워크를 뚫는 전쟁이 아니라 내부 사람으로 위장해 조직 안으로 들어오는 ‘신뢰 침투 전쟁’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