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공동검사·금융권 소집

원화 약세 주범 ‘외인 리밸런싱’

시장 구조 변화… 대응방식 한계

전문가 “자본시장 매력도 높여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0일 열린 ‘확대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기획예산처 제공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0일 열린 ‘확대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기획예산처 제공

정부가 사실상 ‘고환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정은 환율·물가 안정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환투기성 거래를 최근 환율 급변동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외국환은행 공동검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에 이어 보험사까지 소집하며 금융권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뉴노멀’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응만으로는 구조적으로 커진 원화 약세 압력을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1524.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17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묶여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1998년 초 49거래일 연속 이후 두 번째로 긴 1500원대 흐름이다.

1500원대 환율이 장기화하자 당국은 환율 급등락을 틈탄 투기적 거래와 시장 교란 행위 차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은과 금감원은 이날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공동검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외국환은행이 부당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외환 시세를 움직였는지, 고객 주문 규모를 초과하는 일방향 거래를 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융권 전반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14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불러 환투기성 외화 포지션 확대 자제와 환헤지 만기 분산을 주문했다.

앞서 은행권에는 달러예금 유치 경쟁 자제와 시장 교란 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당정도 이날 환율·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정은 환율 상승에 노출된 중소 수입업체와 수입가공업체 등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연장 등 시장 안정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급격한 쏠림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더라도 1500원대 환율을 낮추는 근본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는 투기적 거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맞물리며 달러 선호가 강해졌고,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이탈은 원화 약세를 키우는 직접적인 수급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국내 주식을 118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2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매도세는 곧바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진다. 국내 주식을 판 외국인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커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주가가 오른 뒤 차익실현에 나서는 측면이 있고, 지분 변동이 크다기보다는 리밸런싱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DF 거래가 결제 목적 거래인지 투기 거래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며 “외국환은행을 조사한다고 해서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곧바로 환율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면 달러 공급이 늘고 원화 가치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달러를 외화예금이나 해외 투자 재원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늘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해외 자산 투자도 확대되면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졌다.

결국 환율 안정의 핵심은 단기적인 시장 점검과 구두개입을 넘어 달러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수출대금 환류 유도 등 달러 공급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이 환투기를 하려고 외화를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투자나 채권 등으로 보유한 부분도 있어 바로 현금화하기 쉽지 않은 만큼 기업 외화예금을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환보유액을 시장 안정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고, 국민연금의 환헤지 역시 검토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권의종 금융시장연구원장도 “당국의 이번 공동검사는 미세조정 차원에서 심리적 과열과 투기적 불균형을 억제하는 단기 방어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1500원대 고환율은 일시적인 교란보다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구조적인 달러 수요 확대라는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 면이 더 크다.

향후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미세조정을 넘어 국민연금의 환헤지나 수출대금 환류 유도 같은 근본적인 달러 공급 확충과 수급 관리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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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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