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 관계자들이 10일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아파트 노인정에 도착해 증거물 확보 등 현장검증을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서울동부지방법원 관계자들이 10일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아파트 노인정에 도착해 증거물 확보 등 현장검증을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투표소 일부 현장검증에 나섰지만 투표용지 상자가 이미 사라져 증거 보전이 불발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3시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27분간 증거물 확보에 나섰다. 법원 관계자들이 들고 온 상자엔 ‘증거보전’ 글자가 적혀 있었다. 경로당 창문은 보안을 이유로 우산으로 가려졌다.

그러나 투표소는 이미 경로당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이고, 법원이 전날 증거 보전 결정을 내린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도 사라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투표용지 박스는 우리가 안 갖고 있다”며 “어디에 있는지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선관위 측 관계자는 ‘해당 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 당사자 자격으로 동행한 김정철 최고위원이 전했다.

‘투표함’이 아닌, ‘투표용지를 담던 상자’인 만큼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경찰이 이곳에서 투표함을 반출한 뒤 시위대 등이 난입하면서 혼란상이 펼쳐진 만큼 제3자가 상자를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

계획대로라면 김지연 부장판사는 현장에서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봉인한 뒤 법원 내 별도의 장소로 옮겨 보관해 증거를 보전해야 했다. 그러나 현장검증으로 상자를 찾지 못한 만큼 추후 선관위 등에 보관 장소 등을 묻는 사실조회를 다시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확보하려 한 투표용지 보관 상자는 선관위 부실관리 실태 물증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이 5일 1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투표 종료 35시간 만에 잠실7동 2투표소에서 투표함 2개를 반출한 뒤, 시위대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선관위가 두고 간 물품을 뒤졌다.

현장 발견된 용지 박스 겉면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천900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856명으로 파악됐다. 투표지가 선거인의 49.3% 분량(1900매)만 준비된 것으로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에 못 미쳤다.

법원이 정한 증거보전 대상엔 이 투표용지 박스 외에도, 해당 장소를 포함해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송파구 10개 투표소에서 6월 3일 오전 8시부터 6월 5일 오후 9시까지 찍힌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 장면 촬영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포함됐다.

법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 선관위 직원 간의 단체대화방, 메신저, 문자메시지 기록 역시 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증거 보전은 김정철 최고위원이 선거무효 소송 전 ‘증거를 먼저 확보해달라’며 8일 법원에 제기한 신청에 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투표용지 보관상자는 선관위의 ‘50%’ 내부 기준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부분을 확보하는 증거”라며 이르면 이달 15일 선거소청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확보하려는 증거가 여기 없는 만큼 사실조회 답변이 오는 것을 보고 개표소에 있는 투표함에 대한 증거보전을 추가로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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