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도화하는 인공지능(AI) 해킹과 신종 금융사기 위협에 맞서 금융당국이 '망분리 규제 전면 해제'를 선언했다. 혁신적인 글로벌 AI 보안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해묵은 규제의 빗장을 풀고 금융사 스스로 견고한 방어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및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단과 'AI대전환(AX) 시대 해킹·보이스피싱 대응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 등 최상위 프론티어 AI가 촉발할 수 있는 보안 침해 위협과 지능형 AI 피싱 범죄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범금융권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허들로 지적받아 온 망분리 제도의 개편이다.

이 위원장은 "프론티어 AI의 보안 침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 목적의 AI를 활용한 취약점 점검이 가능하도록 망분리 규제를 긴급 완화하는 조치를 신속히 추진 중"이라며 "고도의 AI 보안 역량을 입증한 금융사를 선별해 망분리 규제를 연내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및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과 AI 합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어망 확충 계획도 공개됐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 전반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최고경영진(CEO)의 결단도 주문했다. 개별 계열사의 파편화된 대응만으로는 초지능화된 AI 공격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사별 역량과 여건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회사 차원에서 전사적인 관심을 두고 은행·카드·보험 등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정보 공유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사 자체적인 피싱 피해 보상 보험 상품 마련 등 선제적인 구제 노력에 힘써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AX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수많은 도전과 위협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면서도 "망분리 규제 완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 중인 과감한 AI 정책을 기회 삼아 생산적·포용적·신뢰 금융의 전 영역에서 AI를 통한 체질 개선에 용기 있게 나서달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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