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조업이 중단돼 부득이하게 꼼장어 가격을 4000원 올립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나붙은 가격인상 안내문은 이제 서민 밥상을 위협하는 현실이 됐다. 이상 기후가 몰고 온 어획량 급감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류비 폭등이 맞물리며, 수산물 시장에 '피시플레이션(수산물+인플레이션)' 파도가 덮쳤다.
단 한 주 만에 킹크랩 경매가가 56% 이상 치솟고 오징어 어획량은 4분의 1토막이 나는 등 수급 생태계가 무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여름 역대급 고수온마저 예고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비축 물량 8000톤을 긴급 방출하며 위태로운 밥상물가 방어에 나섰다.
10일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5월 4주차(25~30일) 노량진 수산시장에 입하된 주요 어종 가운데 킹크랩과 갈치, 대게 등의 경매 낙찰가가 전주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통상 계절적 요인에 따라 어종별 입하량과 가격이 변하지만, 최근에는 기상 여건 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 등이 맞물리며 일부 품목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품목별로 1㎏당 킹크랩 평균 낙찰가는 7만200원으로 전주보다 56% 이상 뛰었다. 갈치는 2만4400원으로 29.1% 올랐다. 대게는 전주 대비 28.18% 오른 3만7300원, 낙지는 24.71%낙지는 2만1200원을 기록했다.
횟감 중에서는 광어 자연산이 1㎏당 8100원으로 전주 대비 30.65% 올랐고, 양식산은 2만원으로 9.89% 상승했다.
농어 자연산은 1만5300원으로 11.68%, 참돔 양식산은 1만2400원으로 12.73% 올랐다.
오징어는 어획량 감소로 가격 인상 우려가 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달 17~23일 9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40톤)보다 76.9% 감소했다.
수산물 수급 불안은 식당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꼼장어 전문점은 양념·소금구이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렸다.
여름철 고수온에 따른 양식장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계절해양예측시스템에 따르면 올여름 우리 바다 수온은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수온 특보는 다음 달 초중순, 적조 특보는 같은 달 말 이후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비축 물량 방출과 고수온 피해 예방 등 대응에 나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유류비 부담으로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지급하는 면세유 보조금 지급 한도를 어업용 경유 기준 리터당 138.4원에서 176.2원으로 올렸다.
해양수산부는 금어·휴어기 등에 따른 수산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다음 달 15일까지 정부 비축 수산물을 최대 8000톤가량 시장에 공급한다. 공급 물량은 명태 5500톤, 고등어 1000톤, 오징어 900톤, 갈치 600톤 등이다.
정부 비축 수산물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온·오프라인 도매시장, 기업 간 거래(B2B) 등을 통해 공급되며, 시중 가격보다 최대 30∼40% 낮은 값에 판매된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해수부는 또 고수온 대응 장비 보급 예산을 지난해 58억원에서 올해 76억원으로 늘려 양식장에 조기 지원했다. 아울러 수온에 내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고수온 취약 어종의 조기 출하를 유도하는 등 양식장 피해 예방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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