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업체 브로드컴이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손잡고 35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함께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업계 수요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9일(현지시간) 아폴로와 블랙스톤 등을 핵심 금융 파트너로 하는 ‘AI XPV 플랫폼’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XPU)과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최대 20기가와트(GW) 규모의 연산 인프라를 구축해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주요 AI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 기업들은 우선 350억달러를 투입해 앤트로픽이 추진 중인 1GW 이상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는 올해 중반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플루이드스택이 운영하는 부지에 설치된다.
구조는 AI XPV 플랫폼이 플루이드스택의 인프라 구축 자금을 지원하면, 플루이드스택이 이를 앤트로픽에 임대해 발생한 수익을 플랫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에는 구글의 영향력도 깊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플루이드스택이 파산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채권자들의 손실을 보전하는 보증 조항을 제공했다.
또 새로 구축되는 AI 인프라에는 브로드컴이 설계하고 구글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입장에서는 투자사인 앤트로픽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사 AI 반도체 수요도 확대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자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의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메타 역시 지난해 말 블루아울캐피털과 27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금융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이번 전략이 고가의 엔비디아 GPU 대신 맞춤형 AI 반도체를 도입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브로드컴은 현재 오픈AI와 맞춤형 AI 칩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구글과 메타 등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AI 컴퓨팅 수요가 세계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며 “앤트로픽을 비롯한 고성장 고객들이 AI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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