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 장기화… 고환율發 기업부실 경고음
원자재 수입기업 직격탄… 은행권 건전성 시험대
외환위기급 환율에 은행 긴… ‘신용리스크’ 촉각
원·달러 환율이 연일 요동치자 은행권의 기업대출 부실화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환율 충격이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악화시켜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기업 부실 뇌전(전조)'으로 받아들이며 경계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은 1520원대에 머물고 있다. 15거래일 연속 1500원선을 웃돌며 '뉴노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곧바로 위기대응 체계모드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은 지속적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신한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주요 통화 환헤지 포지션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금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우리은행은 위기관리 대책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이날 은행권은 금융감독원과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상황을 함께 점검한다. 당국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과도한 쏠림이 현물환 가격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히 하반기 리스크 관리 전략의 초점을 기업 건전성 점검에 맞추고 있다. 환율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호재로 인식된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더 많은 원화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환율 상승의 수혜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원유와 곡물, 금속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급증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기업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업이익 감소는 곧 차입금 상환 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은행의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증가로 연결된다.
실제로 은행권 내부에서는 "환율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환율이 만든 기업부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금리 여파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취약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장 건전성 지표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일정 부분 개선됐고 은행들의 자본 여력도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견조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환율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급등 자체는 관리 가능한 변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과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하반기에는 환율보다 기업 신용위험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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