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한 달 새 18조 ↑
한은 인상 전망에 수신 경쟁
정기예금 36개 중 19개 3%대
시장금리 상승세와 증시 활황이 겹치면서 시중 자금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더 높은 예금금리를 기다리거나 주식시장 진입 시점을 재는 자금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 머물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한 달 새 18조원 넘게 늘어 714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3%대까지 끌어올리며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대기성 자금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14조6576억원으로 전달 696조5524억원보다 18조105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요구불예금 증가는 시장금리 상승세와 증시 활황이 동시에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데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며 주식시장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자금도 늘고 있다. 예금 만기자금과 기업·기관 여윳돈이 바로 정기예금에 묶이기보다 입출금 계좌에 머물며 금리와 증시 흐름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요구불예금은 조달 비용이 싼 저원가성 예금이지만, 금리나 투자 환경이 변하면 언제든 다른 자산으로 옮겨갈 수 있는 불안정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이 대기 자금을 안정적인 장기 수신(정기예금)으로 묶어두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시장금리 상승도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연 3.484%로 집계됐다. 연초 2.784% 수준에서 0.7%포인트(p) 오른 수치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 한국은행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시장금리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3% 안팎까지 끌어올리며 수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36개 상품 중 19개 상품이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3.0%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최고 연 3.65%로 가장 높았고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은 최고 연 3.53%,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과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은 각각 최고 연 3.41%를 제공했다. BNK부산은행도 최고 연 3.4%의 금리를 주는 'BNK내맘대로 예금'을 특별 판매 중이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과 제주은행 'J정기예금'도 각각 최고 연 3.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권 예금금리도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4일 기준 연 3.33%로, 연초 연 2.92%보다 0.41%p 상승했다. 최고 연 3.7%대 금리를 주는 상품도 12개에 달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은행권 수신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은행채 금리와 예금금리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요구불예금에 머무는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기다리며 일정 기간 대기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 자금을 정기예금으로 유도하기 위해 금리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은행에 머물고 있어도 성격상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해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확보하려는 은행권의 금리 조정 움직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