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가장 그럴듯한 말이 때로는 가장 위험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하며 내세운 ‘실무형 총리’라는 수식어도 그렇다.

화려한 이력의 닳고 닳은 정치인이나 낡아빠진 관료 대신, 현장을 아는 민간기업 IT 전문가를 앉혀 민생경제와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이끌겠다는 설명은 그래서 산뜻하지만 동시에 위태롭게 들린다. ‘실무형’이라는 포장에서 총리의 위상을 단순 정책 집행자로 격하하고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운전대를 직접 쥐겠다는 ‘원격 통치’의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은 한 총리 후보자가 관료 경험이 1년밖에 안 된, 정치적 자산마저 없는 민간 기업인 출신이란 ‘한계’를 알면서도 청와대가 그를 총리로 지명했다는 데 있다. 국무총리가 어떤 자리인가. 중앙 정부부처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뜻을 빠르게 집행하는 위치가 아니라, 때로는 대통령의 과속도 멈춰 세워야 하는, 어렵고도 껄끄러운 자리다. 정치 자산도, 관료 경력도 1년뿐인 그가 자신을 총리로 세운 대통령 앞에서 그리할 수 있을까?

한성숙 총리 카드의 본질적 위험은 여기에 있다. 네이버 여성 기업인 출신의 신선한 인사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청와대 주도 정책 집행을 덮은 ‘위장’일 수 있다. 민간 출신이란 명함이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실무형이라는 수식어가 조정력을 증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로서 이룬 성과를 깎아내릴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내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성장한 플랫폼 기업의 안목과, 국가 정책의 뼈대를 조율해야 하는 총리의 무게와 결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역대급 고환율과 미중 무역 패권 전쟁, 글로벌 공급망의 지각변동,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등 거시적이고 지정학적인 복합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런데 한 후보자가 국내 시장 중심의 알고리즘과 사용자 환경(UI) 개편 경험으로, 국방·안보·외교·거시 경제를 아우르는 다원화된 국제 무대의 고차방정식을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1년 남짓한 중기부 장관 경력도 벤처 육성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미시 경제’의 테두리에 그친다. 짧은 관료 경험이 재정, 노동, 연금, 부동산까지 꿰뚫어 보는 거시적 국정 조정 능력으로 곧바로 확장될 것이라 믿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비약이다. 이건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의 영역이다.

치명적인 문제는 실무형 총리가 낳을 구조적 맹점, 즉 그가 ‘바지 총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처를 통할(統轄)하고, 야당을 타협의 장으로 끌어낼 정치적 중량감이다. 정치적 자산이 없는 한 후보자가 논리와 효율성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 험난한 진흙탕 정치 속에서 내각을 얼마나 휘어잡을 수 있을지는 장담키 어렵다.

한국 정치에서 드러나는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는 늘 부처 위에 올라서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유혹을 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통령 아닌가. 청와대가 방향을 정하고 총리가 수행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실무형’이 아닌 ‘집행형’이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총리는 대통령의 거친 경제 인식과 즉흥적인 메시지를 걸러낼 수 있는 인물이다. 부동산을 도덕극으로 설명하고, 코스피 8000을 찍은 주가 상승을 정권의 신뢰로 귀속하며, 연금개혁의 고통을 정치적 부담으로 밀어내는 국정에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그가 총리가 될 수 있을지, 되면 어떤 총리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총리는 대통령의 그림자를 따르는 맹목적인 집행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속과 실무라는 ‘포장’으로 견제와 균형을 지워버린 권력은 반드시 폭주하기 마련이다. 브레이크 없이 가속페달만 밟는 국정 운영의 뼈아픈 청구서는 결국 온전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혁신 인사로 포장된 이번 총리 인사 실험이 위태로운 국정 마비의 서막이 아니기를 바란다.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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