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부터 대형 상장 잇따라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비공개 신청서(S-1)를 제출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라이벌 앤트로픽이 같은 방식으로 신청한 지 일주일 만이자, 앙숙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가 자회사로 xAI를 품고 증시 데뷔를 앞둔 시점이다. 미국의 대표적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사들이 잇따라 월가로 향하며 새로운 챕터에 진입하고 있다.

이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야쿱 파초키 수석과학자와 낸 공동명의의 글에서 회사가 "제3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첫 국면을 범용AI(AGI)를 향한 연구 집중, 두 번째를 제품 회사로의 전환으로 규정한 뒤 "이제 경제가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며 "첨단AI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핵심과제"라고 밝혔다.

오픈AI는 공모 규모나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성명에서 "비상장 기업으로서 진행하는 게 더 수월한 일들이 있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면서도 "더 빨리 상장하는 게 최선일 경우를 대비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를 맡아 이르면 올 가을 상장이 거론된다.

상장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도 최근 제거됐다. 오픈AI는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하고 초기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기존 배타적 파트너십을 재협상하며 증시 입성을 준비해왔다. 공동창립자였던 머스크가 설립 취지를 어겼다며 제기한 소송에선 제소 시한을 넘겼다는 점이 주요 판단 근거로 작용해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오픈AI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투자유치 후 평가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520억달러(약 1295조원)다. 다만 회사의 재무 체력에는 의문부호도 따라붙는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신규 사용자·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상장 준비에 나섰으며,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내부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미 오라클·엔비디아·소프트뱅크 등과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약을 약정해둔 상태다.

반면 앤트로픽은 대조적인 성적표를 들고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처음으로 분기 흑자 달성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회사의 2분기 매출은 직전분기(48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약 109억달러로 예상된다. 지난달 투자유치 후 9650억달러(약 1467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처음으로 오픈AI를 앞지르기도 했다.

증시 입성에 가장 가까운 곳은 스페이스X다. 우주(스페이스X)·위성통신(스타링크)·소셜미디어(X·옛 트위터)·AI(xAI)까지 라인업을 갖춘 이 회사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상장을 통해 약 750억달러(약 115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약 2660조원)에 달한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약 290억달러)를 2.5배 이상 뛰어넘는 사상 최대 IPO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잇따라 상장에 나서면서 올해는 메가 IPO 3개가 몰린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음 주자를 두고 투자은행들은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에 "먼저 상장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들이 AI 모델 개발 전문기업을 어떻게 분류·평가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이 산업에 유입되는 막대한 자본의 첫 관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금 블랙홀' 우려도 깔려 있다. 알파벳(구글)·MS·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4사의 올해 자본투자(CAPEX)는 총 7250억달러(약 1102조원)로 불어났지만, 이렇게 구매한 엔비디아 GPU 등을 이용하는 AI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차입 확대와 함께 이들 간 순환투자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 종목 사상 최대인 스페이스X의 750억달러 공모는 그 자체로 다른 주식을 팔아 자금을 옮기게 만드는 대규모 매물 출회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어 앤트로픽과 오픈AI까지 상장에 나서면서 이 3건의 메가 IPO에 수백조원대의 자금이 쏠린 결과가 유동성 문제로 이어져 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제롬 파월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닷컴버블 때와 달리 지금 AI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 상당수가 실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주요 빅테크의 현금흐름과 낮은 차입비율을 고려하면 충격 흡수 여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정작 올트먼 자신도 AI 투자 열기를 두고 "누군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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