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열린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모습.  참가자들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열린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모습. 참가자들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가 끝난지 닷새가 지나도록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는 청년들의 외침이 식지 않고 있다. 선관위의 유례없는 무능으로 투표권을 박탈당한 2030 세대가 자발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들은 특정 정당의 깃발을 들지 않았고, 해묵은 이념의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헌법이 보장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게 해달라는 상식적 요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전국의 대학들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실물 대자보와 성명서가 잇따라 붙으며 들끓고 있다. 기성 정치가 이들의 정당하고 준엄한 분노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한다면 민주주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시위가 유독 사회적 울림을 주는 이유는 기성 세대의 낡고 과격한 시위 문화와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보수·진보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조기나 자극적인 정치 피켓, 근거 없는 음모론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한다. 청년들은 “여기는 광화문이 아니다”라며 시위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세력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이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진영 논리에 갇힌 극한 대립으로 국가적 혼란을 부추기는 기성 정당과 시민단체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선관위의 무능과 나태는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선거인 수보다 적게 투표용지를 배분해 전국 90여 곳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혼선을 빚은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직무유기다. 주권을 행사하러 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던 청년들의 상실감은 선관위의 안일한 행정이 초래한 인재(人災)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사태 수습과 철저한 원인 규명은커녕 변명으로 일관하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청년들의 분노는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행정적 실책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채 제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해온 기성 정치권을 향한 묵직한 경고다. 이들의 외침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며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부실 선거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악용해서도 결코 안된다.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의도 국회앞 시위가 대한민국을 지켜냈듯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는 청년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 또한 민주주의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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