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아닌 10년 후 상상”
젠슨황 매수 발언에도 투매
장중 7442… 사이드카 발동
美 금리 변동성·기술주 영향
韓 반도체주 차익 실현 확산
단기 변동 후 점진 회복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 중인 30대 직장인 투자자 A씨는 8일 국내 증시 개장을 앞두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와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 여파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장중 “저번 주에 차익실현을 고민했는데 빼놓을 걸 그랬다”며 토로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3월 4일 이후 3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29% 하락한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7442.73까지 내리기도 했으며 이날 오전 9시3분엔 20분간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오전 9시34분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는 브로드컴 실적 발표와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됐다. 특히 고용 서프라이즈에 금리 부담이 커졌고, 이란-이스라엘 교전 소식도 투매를 키웠다.
이에 이날 일본(-3.9%)과 대만(-3.5%) 등 동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약세를 보였으나, 한국은 그간 높은 상승률에 따른 강한 차익실현 유인이 작용하면서 7500선을 하회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세치 혀도 무용지물”이라고 평가했다. 황 CEO는 이날 “한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는 매우 적기 때문에 미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며 “오늘 주식 시장이 저평가됐다면, 저의 조언은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라면 다음 주를 보지 말고 10년 후를 생각하라”며 “변동성은 매수 기회이고, 10년 후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상상해라”고 덧붙였다.
황 CEO의 발언으로 코스피가 소폭 회복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오후 들어 예멘 후티 반군의 긴급 성명과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발사 소식까지 전해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번 주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오라클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매크로 불확실성과 AI 업종 투자심리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들이 최근 한국 증시 비중을 줄이고 파생상품을 활용한 위험을 분산하는 헤지 전략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날 이 같이 보도하며 AI 투자 붐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 폭등한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 AI 랠리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알레시아 베라르디 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국과 대만의 AI 관련 주식에 거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높아진 이익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정당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6배로 최근 5년 평균인 10배를 밑돌고 있다. 이는 대만 증시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의 요인 중 하나인 반도체 노이즈 역시 단기적 이슈에 그칠 뿐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보다 빠른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등 매크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입장에서는 AI 투자가 생존의 문제인 만큼 투자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7월 중하순 빅테크 실적 발표 시 AI 투자가 지속되는지 여부, 앤트로픽 등 AI 모델 업체들의 실적과 상장 성공 여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장기 공급 계약 체결 등에 따른 이익 안정성 개선과 밸류에이션 회복 여부 등 이벤트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변동성 장세에서도 실적이 양호하면 빠른 회복을 나타낼 수 있다”며 “실적 전망이 탄탄한 반도체는 투매보다 향후 성장을 기대하며 버틸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변동성 확대 후 점진적 회복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중장기 업사이드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며,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IB들도 코스피 목표치 상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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