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한 달 새 2.6조 급증

금리 상승 겹치면 차주·은행 부담 확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활용한 '빚투' 리스크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막힌 사이 증시 급등장을 타고 불어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자금이 조정장에서는 차주들의 상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 하락과 대출금리 상승이 겹치면 차주의 투자 손실과 이자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은행의 연체율 및 수익성 관리에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등장에 불어난 마통·신용대출…빚투 자금줄 된 은행 대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9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104조3413억원보다 2조6496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금리가 연 5%대 중후반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한 달 만에 2조원 넘는 자금이 신용대출로 몰린 셈이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중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1조9303억원으로 42조원에 육박했다. 4월 말 39조7877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조1426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2021년 4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를 미리 받아두면 필요한 시점에 바로 돈을 꺼내 쓸 수 있어 주식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기 쉽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팽배해졌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최근의 신용대출 수요를 강하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급락하며 오전 9시 3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가 직전 거래일 대비 8.40% 떨어지면서 전체 종목의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시각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오후 들어 낙폭은 일부 줄었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며 지수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증시가 급락장으로 돌아서면 대출로 주식에 뛰어든 차주는 '원금 손실'과 '이자 폭탄'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상승장에서는 이자 비용을 투자 수익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조정장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히기 때문이다. 담보가 확실한 주담대와 달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차주의 소득이나 신용도 변화에 민감해 증시 부진이 길어질수록 단기 상환 압박이 훨씬 크다.

금리 여건도 차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4.31~5.93% 수준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6%에 가까워진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투자 손실을 본 차주의 상환 여력은 빠르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증시 꺾이고 금리 오르면… 차주 손실, 은행 건전성 부담으로

증권시장에서는 이미 빚투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27조4207억원이었던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9일 38조22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10조6019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대표적인 빚투 지표다.

반대매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올해 1월 1680억원에서 3월 4596억원으로 증가했고 5월에는 707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달 19일 코스피가 3.25% 하락하자 다음 거래일인 20일 반대매매 청산 금액은 1458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676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증시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 물량이 다시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빚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총재는 "빚투는 정상적인 수요 곡선을 바꿔두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가격이 내려갈 때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자금이 회수되기에 수요곡선이 거꾸로 될 우려가 있다. 빚투가 만연해 작은 충격이 큰 시장 조정으로 이어지면 빚투를 하지 않은 사람도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증시 충격이 차주의 상환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신용융자나 미수거래 등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은행권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까지 활용했다면 부담은 한층 커진다. 주가 급락으로 투자 원금은 줄어드는 반면 금리 상승 여파로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은행권 건전성 지표는 이미 악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0%로 2021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잔액은 17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조1000억원 늘었고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0.32%)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 조정이 길어질수록 은행권의 수익성 방어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신용대출 부실이 늘어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상승하면 은행은 향후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 전입액 증가는 고스란히 은행의 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증시 호황기 대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만큼 최근의 변동성 장세가 은행권의 후행적 건전성 악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차주 부담이 은행권 건전성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늘어나면서 대출을 받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상단이 올라갈 경우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돼 연체가 심화되고 부실이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은행들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만큼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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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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