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송 차질에 석유정제 생산 20.5% 감소…물가·건설 부담 확대

중동 전쟁 충격이 한국 경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원유 공급 차질과 고유가 장기화가 물가·생산·수출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책연구기관은 석유정제 생산 감소와 석유제품 수출 부진 등 에너지 의존 업종부터 전쟁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6월 경제동향'에서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며 경기 하방 위험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전쟁 여파가 에너지 의존 업종부터 실물경제에 번지고 있다. 원유 수송 차질이 이어지면서 석유정제 생산은 20.5%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압력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보다 확대됐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4.2%까지 치솟으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항공료 등 유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 가격도 오르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반도체가 경기 개선 흐름을 떠받치고 있지만 건설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4월 전산업생산은 반도체 호조와 금융·보험업 중심의 서비스업 증가세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건설업 생산은 5.5%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도 1.4% 줄며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도 5.5% 감소했다. 주거용·비주거용 건축과 토목부문 모두 부진한 흐름이다. 고유가 여파로 일부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KDI는 착공 지연과 공사 기간 연장으로 건설경기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쟁과 고유가 부담에도 소비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4월 소매판매액지수 상승률은 1.6%로 둔화했지만 3개월 평균 기준으로는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1로 반등했다.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도 향후 소비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반도체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4월 설비투자는 8.1% 증가하며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투자가 크게 늘었고, 관련 장비 수입도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일반산업용기계와 전기·전자기기 투자도 개선됐다.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외 업종의 투자 여건은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세는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영향으로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크게 늘면서 5월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중동 물류 차질과 원유 수급 불안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대중동 수출은 감소했고 석유제품 수출 물량 감소세도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원유 도입 물량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KDI는 대외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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