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 6·3 지방선거 투표소 수십곳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한 뒤 대검찰청이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검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검찰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된 사안에 관해 신속히 검경 합수본을 구성하고, 경찰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사함으로써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엄정히 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 참정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유감을 표명하고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수본을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경찰엔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선관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들이 접수된 상태다. 관련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오는 8일 오전 9시 30분쯤 서민위 측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합수본에는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을 비롯해 검·경에서 선거사건 전담 인력들이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합수본과 관련한 검경의 실무 접촉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검과 경찰청은 조만간 실무자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합수본 구성 시 선거범죄 수사 노하우가 많은 검찰이 주도권을 잡을 전망이나, 이재명 정부 들어 선거범죄에 검찰 수사개시 권한이 사라진 만큼 직무유기 외 선거법 위반 사안 수사는 경찰이 전담할 수 있어 보인다.

앞서 신천지·통일교와 거대정당 간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경우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합수부 체제가 거듭되면 논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로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이번 사태를 투·개표 조작에 해당하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로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이번 사태를 투·개표 조작에 해당하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처벌로 이어지려면 선관위 관계자들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에게 직무유기죄가 적용되려면 유권자 투표를 방해할 목적으로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만 가능하다는 취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고의적인 투표 방해 행위라면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히 직무 태만이라면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볼 순 없다”며 “선관위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투표용지 출력 비율을 결정했는지 파악하는 게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부터 선관위는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을 내렸는데,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본투표일 선거인수의 50%에도 못 미치는 투표지만 준비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같은 투표지 부족을 초래한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합수본은 선관위 관계자들의 직무상 과실을 밝히고 담당기관 징계를 요청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다. 다만 형사처벌이 전제되지 않아도 선관위 공무원들의 과실이 드러나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은 앞서 공무원 과실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한차례당 200만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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