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 넘보던 코스피 8160선 후퇴
‘브로드컴 쇼크’ 등 투자위축 불러
美장기금리·물가지표가 핵심변수
“AI 투자 사이클이 훼손된 건 아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소식에도 반도체주가 하락세를 나타내며 국내 증시가 시험대에 섰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기준금리 연내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브로드컴 실적 실망이 겹치면서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에 8일 국내 증시는 하락 출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증시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던 반도체주가 일제히 흔들리면서 국내 증시도 글로벌 매크로 변수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휩싸였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18% 급락한 2만5709.43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0.26% 폭락하며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6.2%, 브로드컴은 7.9% 하락했고 AMD는 10.9%, 인텔은 11.3%, 마이크론은 13.3%, 마벨테크놀로지는 16.7% 급락했다. 미국의 반도체 종목들의 급락으로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1조3000억달러(약 2000조원)가 증발했다.
한국 증시는 지난주 초반만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황 CEO가 한국을 방문해 LG그룹과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실제 LG전자와 두산 등 AI·데이터센터·로봇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를 떠받쳐온 AI 성장 기대에 균열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브로드컴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AI칩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소폭 밑도는 16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고용시장까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상승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며 성장주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발표 이후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입됐다”며 “그동안 대규모 차입을 통해 AI 투자에 나섰던 기업들의 자본지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는 국내 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8% 하락하며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추세적인 하락 전환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AI 투자 확대 흐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데다 메모리 업황 개선세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는 미국 장기금리와 물가 지표를 꼽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기되는 메모리 고점론은 코스피 과열 부담과 종목 쏠림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명분에 가깝다”며 “AI 투자 사이클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 역시 “브로드컴 발표는 결국 AI 수요 자체가 약화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력 인프라 병목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시장의 반응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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