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국회 입성 직후 대안 제시

전날 국조·특검, 행안부 조사 등 진상규명 촉구

“결과 따라 중앙선관위원 탄핵소추 적극 검토”

이날 ‘감사원→선관위 감찰’ 감사원법 개정구상

외부감찰 막아 준 헌법재판소에 “잘못된 결정”

전국선거철 선관위 직원 휴가·휴직 제한법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지적 “민간에 없는 특혜”

선관위 폐지 이전 “재량없는 집행기관화해야”

부산 북갑 보궐선거로 무소속 국회 입성한 한동훈 의원(전 국민의힘 당대표)이 6·3 지방선거일 서울 등 투표소 수십곳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선관위 주도 부실선거 끝장내자”며 제도적 대안을 잇따라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 탄핵소추”를 경고하고 1·2호 법안 마련 구상을 밝히기까지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한동훈 의원은 7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 휴직 사용을 최소한 민간 사업장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 개혁 입법을 제2호 법안으로 발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먼저 “선거철 선관위 직원들 휴가·휴직자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공식 통계자료로 확인된다”며 “선거가 없었던 2021년 2월 선관위 휴직자는 84명,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겹쳤던 2022년 6월 휴직자수는 226명”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던 2025년 2월 휴직자 수는 131명, 지방선거가 예정된 2026년 5월 휴직자 수는 176명이다. 휴직자수 변화 추이를 보건대, 전국 선거 기간 휴가자 수 역시 급등했을 것임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며 사태 원인으로 “선관위 업무가 대부분 집중되는 전국 선거기간에 선거관리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의 휴가·휴직이 집중돼 선관위의 부실 선거관리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이 지난 6월 6일 제71주기 현충일을 계기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취재진을 만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방만하게 카르텔처럼 운영돼 온 선관위 주도의 부실선거’로 규정하고 제도 개선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한동훈’ 영상 갈무리]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이 지난 6월 6일 제71주기 현충일을 계기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취재진을 만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방만하게 카르텔처럼 운영돼 온 선관위 주도의 부실선거’로 규정하고 제도 개선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한동훈’ 영상 갈무리]

이어 근로기준법 60조 5항을 들어 “민간 사업장에서도 업무가 사업 운영상 매우 중요한 시기엔 사용자가 근로자 휴가 시기를 적절히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또 선관위 직원들은 국가기관 공무원 신분이어서 오히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맹점을 이용해 전국 선거 때마다 휴가·휴직 사용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민간 사업자·노동자들도 누리지 못한 특혜를 누리라고 국민들이 혈세로 선관위 직원 급여를 주는 게 아니다”며 “민주주의 근간인 공정한 선거를 지키고 국민 혈세로 급여받는 선관위 공무원들의 성실한 업무수행을 위해 그들의 휴가 및 휴직 사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자고 했다. 선관위가 국민 봉사 의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한 의원은 이날 오전엔 “선거관리는 ‘최대한 공정하게’가 아니라 ‘100% 공정하게’ 돼야한다”며 중앙선관위에 외부감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선관위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100% 공정은커녕 공정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 충격적이다. 국민께서 분노하시는 건 당연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선관위는 그 어떤 외부감사조차 받지않는 성역처럼 운영돼온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무능과 오만이 커져왔다”며 “2023년 5월 선관위 불법채용 사태에 감사원이 중앙선관위 직무감찰을 실시하자,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했고, 헌재는 ‘2025년 2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 권한을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짚었다.

특히 “(청구 인용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엔 ‘직무감찰이 제외되는 기관’으로 명백하게 국회·법원·헌재만 열거했음에도 헌재는 이것을 예시적 규정일 뿐이라 판단했다”며 “1994년 감사원법 개정 과정에 감사 제외기관에 헌재를 추가할 당시 국회 속기록엔 ‘선관위는 행정기관 성격이 강해 감사 예외 기관에서 빠졌다’ 는 답변이 있었다”고 일침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6월 3일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4일 오전 투표함 반출을 막는 지역민과 시위대가 밤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6월 3일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4일 오전 투표함 반출을 막는 지역민과 시위대가 밤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해온 이유도 어디까지나 ‘선거관리 공정성’에 있는 거지, 무능과 부패를 방치하고 비호하고자 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도 이(헌재) 결정은 잘못됐다”며 “전혀 감시받지 않는 성역이 되면서 선거관리 기본조차 위협받는 정도에 이르렀음이 확인된 이상, 이 문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법 24조에 중앙선관위 및 각급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추가하고, 선관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원 직무감찰을 시행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가장 즉각적으로 시행 가능한 해결책으로 발의하고자 한다”며 “선관위 직무감찰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외규정도 42조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렇게 해서 외부감사를 통해 선관위를 제어하고, 동시에 감사원 감사를 통한 대통령의 선관위 개입 여지도 차단해야 한다”며 “이 입법에 선관위가 또 다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면, 선관위는 국민에 의해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오후 페이스북엔 “선관위 관계자가 ‘선거는 40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전국 해사이니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선관위 해체 수준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선관위 스스로 웅변한다”고 썼다. 정치권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행정안전부 선거지원 시스템 조사를 동반한 부실선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6월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6월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예외없이’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사퇴하겠다 한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선관위가 썩을대로 썩어 곪아터지게 만든 원인은 선관위 내부 카르텔에 있다. 엉터리 선거부실을 초래한 관련자 전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중앙선관위원들 탄핵소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론 “재발방지를 위한 정교한 대안 마련”을 언급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선관위 폐지 이전에 가능한 공직선거법상 선거관리 규정부터 개정하자고 했다. 한 의원은 “‘중앙선관위 규칙’인 공직선거관리규칙에 위임하는 사항을 거의 없애고, 선관위가 독자적으로 정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재량 역시 거의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마디로, 선관위 존폐를 결정할 때까지 선관위는 선거관리사무의 단순 집행기관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며 “동시에 선거법에서 선거운동의 자유에 관한 부분은 대폭 풀어서, 국회가 선거를 의식해 선관위 견제에 소극적이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껏 선관위 카르텔을 자라게 만든 건 8할이 선관위를 갑으로 만드는 선거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 문제는 국민께서 다같이 분노하실 일이고, 저도 같은 마음이다. 동시에 그 분노를 제도적으로 해결해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며 “황당한 부실선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치의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투표용지를 보란듯이 흔들어놓고 투표용지 부족에 뜨뜻미지근한 이재명 대통령에겐 기대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현충일이던 전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 후에도 취재진을 만나 ‘선관위 주도 부실선거 끝장’ 발언과 함께 “선관위 권한과 의무를 최대한 명확히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 동참도 예상된다. 우재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으로 감사원법 개정안부터 공동발의하겠다며 “국가기관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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