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1.5%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5%에서 0.19%포인트 하락한 1.66%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0.15%포인트 더 떨어진 1.52%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4분기 잠재성장률은 1.46%에 그쳐 OECD가 관련 수치를 제시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1.5% 선을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잠재성장률은 잠재 GDP의 증가율로,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이런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반면 세계 각국은 성장잠재력 회복에 적극 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제 규모가 한국과 비슷한 멕시코는 공급망 재편 수혜를 활용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잠재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노동력을 보강했고, 이탈리아는 설비 투자를 확대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저출생·고령화에 다른 노동 공급 감소, 자본 축적 속도 둔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제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반도체 산업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는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만으론 다른 산업의 부진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잠재성장률 추락’은 한국 경제가 마주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의 호황에 취해 경제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외면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결국 답은 구조개혁에 있다. 구조개혁을 미룬다면 반도체가 아무리 잘 나가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추락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개혁의 결단이다. AI 등 첨단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그 성과가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동·교육·금융 개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되살려야 한다.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시간이 없다. 미래는 현실에 안주하는 나라가 아닌, 혁신하는 나라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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