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 특정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을 향해 “내란을 일으켜도 상관없는 맹신인가”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국민들을 ‘내란 동조자’이자 ‘이성이 마비된 맹신자’로 몰아붙인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처럼 오만하고 비뚤어진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고위 공무원이 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 위원장은 지난 4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강남 3구 등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 정당별 서울시 득표율 현황을 공유한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시민의 권리 행사가 이렇게 돈의 질서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란을 일으켜도 상관없는 맹신인가? 맹목인가? 아니면 자기 기만인가?”라고 야당에 투표한 국민들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가 자신의 이해 관계와 견해에 따라 투표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주권 행사다. 이를 두고 ‘돈의 질서’라며 천박한 계급론적 잣대를 들이댄 것은 스스로의 천박한 인식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 꼴이다.
심지어 투표 결과를 ‘내란’에 비유한 대목은 귀를 의심케 한다. 내 뜻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국가 전복 세력’이라는 말인가. 어설픈 엘리트의 끔찍한 선민의식이자 망언이며, 전형적인 파시스트 독재적 사고다.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지방선거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 위원장은 임명되기전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30차례가 넘는 상습 세금 체납 및 총 14차례의 자산 압류 , 배우자의 부동산 분양권 전매에 따른 8억원대 불로소득 등 심각한 도덕성 논란을 빚었다. 기본적인 국민의 의무도 안 지킨 상습 체납자가 주권자의 정치 선택을 훈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 정부 내각의 이념 과잉과 정파적 일탈이 주 위원장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한민국 고용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수장인지, 여전히 민주노총 위원장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노조 편향적 행보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최교진 교육부 장관 역시 일선 교사들에겐 선거 중립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특정 진보 교육감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들이 보여주는 행태에선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품격도, 정치적 중립 의무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장관들이 안하무인격으로 국민을 가르고, 가르쳐야 대상쯤으로 보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한 이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유권자를 조롱하고 참정권 행사를 내란 세력으로 모독한 주 위원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 산업 현장을 뒤흔드는 노동장관과, 여전히 진영을 기웃대는 채 업무 성과는 찾아보기 힘든 교육장관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야당을 찍은 국민을 ‘내란 맹신자’로 몬 주 위원장은 공직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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