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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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격노하면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나 아니었으면 (너는)감옥에 있었을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른다”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에는 욕설도 섞여 있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이번 통화는 두 정상의 대화 중 가장 험악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계기는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문제였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 종식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란은 휴전 조건 가운데 하나로 레바논 전선의 긴장 완화를 요구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국경지역 안보 확보를 이유로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건물을 통째로 폭격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는 협상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휴전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이란은 잠정 합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 초안을 교환했지만 최종 서명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이란 전쟁은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하는 부담스러운 전쟁이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과 폭증하는 재정 부담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미국이 또다시 전쟁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걸림돌을 놓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은 다르다. 그에게 이란과 헤즈볼라는 외교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현안이다. 특히 최근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서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부패 혐의 재판, 가자전쟁 장기화에 대한 비판, 연립정부 내 균열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이럴수록 안보 위기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생존 공간을 넓혀주는 요소가 된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에도 안보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강경 노선을 앞세워 자신의 생존 공간을 넓혀 왔다.

결국 두 지도자의 불화는 개인 감정보다 이해관계 충돌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쉽게 끝낼 수 없다. 트럼프는 유가와 여론을 걱정하지만 네타냐후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국가 안보를 걱정한다. 같은 동맹국이지만 서로가 처한 현실은 다른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욕설 통화’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더 이상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17년 가까이 권력을 유지해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은 네타냐후는 또 한 번 정치적 생존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는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트럼프의 불만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중동 정세의 향방은 트럼프와 네타냐후 두 사람의 엇갈린 셈법이 어디에서 접점을 찾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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