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주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며 시가총액 상위권 순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작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이차전지와 조선주가 줄줄이 미끄러진 자리를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반도체 및 삼성그룹주가 꿰차며 시가총액 상위권 지도가 완전히 새로 그려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제외) 중 무려 7개 종목의 순위가 작년 말 대비 물갈이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10위 KB금융만이 간신히 제자리를 지켰다.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곳은 삼성그룹주다. 특히 AI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상승의 훈풍을 맞은 삼성전기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반면 10만 전자 복귀 기대감과 엔비디아 협력 호재로 날아오른 IT·자동차주와 달리 이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3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3계단 밀려난 9위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등 기존 우량주들은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코스닥 시장의 지각변동은 더욱 거셌다. 상위 3대장(알테오젠·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이 굳건히 버티고 있고 그 밑으로는 AI 수요 폭발에 따른 ‘반도체 장비주’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말 63위에서 단숨에 5위로 뛰어오르며 무려 58계단을 수직 상승했다. 원익IPS는 21위에서 10위로 10위권 진입에 성공했고 리노공업 역시 11위에서 7위로 안착했다. 삼천당제약(10위→8위), 레인보우로보틱스(5위→4위)가 약진한 반면 HLB(6위→9위)와 에이비엘바이오(4위→13위) 등은 하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달리는 말에 계속 타라’는 의견과 ‘바닥을 다진 소외주를 주워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알파벳 등 빅테크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설비투자(Capex) 확대는 AI 인프라 투자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라며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때 오히려 IT 주도주를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이익 주도력이 여전히 높지만 내년까지 길게 본다면 과도하게 주가가 빠진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이익 회복 탄력성이 클 수 있다”며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소외된 증권주 역시 실적 개선 모멘텀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형연 기자(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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